‘정쟁’ 반복한 21대 국회, 막판 입법 유종의 미 거둘까
전세사기특별법·유통법·방폐장법 등 민생·경제 법안 처리 주목
“복잡한 사안, 차기 국회 넘기기 일쑤”
총선 후 파장 분위기…일정 잡기부터 난관
22대 총선이 범야권 압승으로 끝났다. 22대 국회 개원까지는 50여 일이 남았다. 그때까지는 21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남은 역할을 해야 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되는 21대 국회가 국민에게 보답하는 길은 미뤄둔 입법을 잘 마무리 짓는 일이다.
여야 정쟁으로 심사되지 못한 채 상임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만여 건에 달한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법안은 1만6279건이다. 해당 법안은 내달 29일까지 처리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되는 만큼 입법 처리를 위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야는 총선 국면이 어느 정도 지나면 막바지 입법을 위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통상 차기 국회 개원 전까지 미처 처리하지 못한 밀린 법안을 처리한다. 다만 일정 조율이 큰 난관이다. 각 정당은 차기 국회 개원에 앞서 원내 지도부와 국회의장단 선출 등의 작업에도 나서야 한다. 또 총선에서 낙마한 현역 의원의 숫자도 적지 않은 만큼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국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민생·경제 법안들은 수두룩하다. 우선 전세사기특별법의 향배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선구제 후구상’을 담은 전세사기특별법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태다.
여야는 논쟁 끝에 지난해 5월 대한민국을 뒤흔든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향후 추가 보완 입법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해당 법안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해 제기되자 민주당은 추가 입법을 추진했다. 여당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과잉 입법’이라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개정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을 끈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점차 온라인으로 옮겨져 가면서 2013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행된 ‘유통법’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 및 새벽·휴일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지난 2021년 6월 국회서 발의됐지만 3년 넘게 계류 중이다.
기초 지자체 76곳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화하기로 하면서 숨통이 일부 트였지만, 대형마트가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상품을 비(非) 영업시간에 배송하는 것은 여전히 금지됐다.
국민 안전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방사성폐기물 처리법(방폐장법)’ 처리도 묵은 과제다.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인데 아직 법사위원회도 거치지 못한 상태다.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폐장이 없다. 2030년부터는 저장시설이 포화하기 시작해 원전 가동이 중단될 위기인데도 관련 논의는 더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치전문가들은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민생·경제 쟁점 법안이 마지막 임시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복잡하거나 첨예한 쟁점 법안들은 차기 22대 국회로 다 넘길 것이란 해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에 “총선 이후에는 차분히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새롭게 등장할 차기 국회에서 심도 있게 재논의하자는 식으로 사실상 다수의 의안이 폐기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밀려 있는 법안 처리를 시도하지만 민생에 도움이 법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국회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총선일을 더 뒤로 늦추는 안들도 제시됐지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21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을 많이 받은 만큼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에서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가 기존의 적대적이고 논쟁적인 태도를 버리는 게 필요하다”며 “협치의 모습을 보일 때 국민들도 국회를 신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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