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변호인 5명에 반윤 검사도…'금배지 법조인' 61명 최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60명이 넘는 법조계 출신 인사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10일 실시된 22대 총선에선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군 법무관 포함) 출신 출마자 121명 중 61명이 당선돼 50%에 달하는 당선율을 기록했다. 지역구 당선인은 55명, 비례대표는 6명이다. 같은 121명의 법조인이 출마해 59명이 당선된 2008년 총선 당시의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번 총선은 선거를 지휘한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야당 대표부터 법조인 출신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특수통 검사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86년 사법시험 합격 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2014년 경기도 성남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국민의힘·민주당은 각각 20명, 37명의 법조인 출신 인사가 금배지를 달게 됐다. 이외에 조국혁신당의 경우 3명(박은정·신장식·차규근), 개혁신당에선 1명(천하람)의 법조인 출신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출신별로는 변호사 출신 당선인이 36명으로 가장 많았다. 검사와 판사는 각각 17명, 7명이었다. 이외에 경남 김해갑 선거구 당선인이자 더불어민주당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첫 4선 고지에 오른 민홍철 의원은 군 법무관 출신이다. 민 의원은 1984년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이듬해 육군 중위로 임관해 육군본부 법무감(준장)과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까지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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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이재명 대표 ‘대장동 변호인단’ 5명 금배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출마자 중에선 5명이 금배지를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건태(경기 부천병)·김동아(서울 서대문갑)·박균택(광주 광산갑)·양부남(광주 서을)·김기표(경기 부천을) 당선인 등이다. 이들 5명이 당선된 지역구는 모두 지난 총선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곳이다. 다만 이번 총선에선 현역 의원들이 ‘하위 20%’에 포함돼 감점을 받거나 경선에서 탈락·탈당하며 대장동 변호인단에 기회가 돌아갔다.
양부남 당선인의 경우 2022년 3·9 대선 때 법률지원단장으로 이재명 캠프에 합류한 이후 이 대표의 ‘사법 방패’ 역할을 자처했다. 이후 2022년 9월엔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아 이 대표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총괄 관리했다.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광주지검장과 부산고검장을 거쳤다.
박균택 당선인은 당대표 법률특보로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끌어내며 ‘이재명 호위무사’로 불렸다. 이건태·김동아 당선인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았다. 김기표 당선인은 마찬가지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 경선자금 의혹 사건을 변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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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법조인 출신 20명 당선…尹참모는 절반 생존
국민의힘에선 총 53명(국민의미래 4명 포함)의 법조인 출신 인사가 출마해 20명이 당선됐다. 5선 고지에 오른 판사 출신 나경원(서울 동작을) 당선인과 3선에 성공한 검사 출신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재선한 박형수(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당선인 등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호인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검사 출신 유영하(대구 달서갑) 당선인은 지방선거를 포함해 8번의 선거 도전 끝에 이번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참모로 일한 '친윤 검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은 부산 해운대갑에서 단수 공천된 이후 53.7%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반면 같은 검사 출신인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서 이상식 민주당 후보에 큰 차이로 밀렸다.
대통령실 참모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총 14명이 출마해 7명이 생존했다.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전 국가안보실 2차장, 강승규(충남 홍성·예산) 전 시민사회수석, 김은혜(경기 성남 분당을) 전 홍보수석, 강명구(경북 구미을) 전 국정기획비서관, 박성훈(부산 북구을) 전 국정기획비서관이 승리를 따냈다.
추미애·이성윤·박은정 '반윤 투사' 입성
야권에선 반윤 인사들이 대거 승리를 거머쥐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추미애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추 당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로 정권의 눈 밖에 난 윤석열 총장을 직무 배제하고 ‘정직 2개월’ 징계를 주도했다. 경기 하남갑 지역구에서 승리하며 6선 고지에 오른 추 당선인은 차기 국회의장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검사 시절 윤 대통령과 대립한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은정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도 각각 민주당 지역구,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인 신분이 됐다. 이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최강욱 전 의원 업무방해 사건’과 ‘한동훈 녹취록 사건’ 등을 놓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번번이 충돌했다. 결국 이 당선인은 “윤석열은 한 줌도 안 되는 검찰 내 사단을 이용해 집권했고 권력도 사유화했다”며 사직서를 냈다. 이 당선인은 전북 전주을 지역구 당선이 확정된 직후 “윤석열을 가장 잘 아는 제가 검찰 정권의 환부를 정확하게 도려내겠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로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 박 당선인 역시 윤 대통령과의 악연으로 검찰을 떠났다.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시절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찍어내기 감찰’에 관여한 의혹으로 지난 3월 법무부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다. 현재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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