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늘었다, 소통라인 찾아라" 새 국회에 바빠진 경제계
22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결정되면서 산업계는 대응 마련에 분주하다. 경제단체들은 21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달 29일 안에 주요 법안의 본회의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올 가을 국정감사를 조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중소기업중앙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다음 달 국회 본회의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처리되지 못한 주요 경제 법안들이 쌓여 있어서다.
재계는 다음 달 초와 말에 최대 두 번의 본회의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달 말부터 여야가 주요 법안을 두고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새 국회에서 법안들을 원점 재검토하기 전에 이번 국회 임기 내에 남은 법안이 최대한 통과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주력하는 법안은 상속·증여 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일률적 할증 평가를 폐지하고 최고 상속세율을 낮추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고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이다. 유통·관광 등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설치하는 고준위특별법 등도 업계의 관심사다. 중소기업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남은 기간동안 여야의 막판 합의를 기대하며 절박한 상황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통과가 가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도라는 게 재계 전망이다. 반도체·2차전지·수소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특례 일몰 기한을 2024년에서 203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이다.
각 기업은 총선 이후 ‘정치 리스크’를 우려한다. 특히 올 가을 열릴 국감에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소환될 수 있다는 우려에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돈다. 대체로 총선 이후 첫 국감은 의원들의 민간 기업을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호출하려는 의지가 높은 편이다. 일부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기업들은 비상이다. 재계는 ‘기업 군기 잡기식’ 국감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당분간은 정책적 불확실성이 이어지지 않겠나”라며 “선거 한번 치르고 날 때마다 기업들이 정치 이슈에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여의도 담당 대관 조직을 강화할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대기업 관계자는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초선 의원들이 많아졌으니 그들과 소통 라인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며 “벌써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실 보좌관들의 몸값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 결과, 당선자 중 초선 의원은 비례대표 42명을 포함해 총 131명(43.7%)이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 동안 기업들이 정부가 발표한 계획들을 믿고 있었겠지만, 정부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기업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정책과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가져와 야당에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민주당도 수권 능력을 입증하려면 반대를 위한 반대를 무조건 고집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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