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황당한 저출산대책
초저출산 대한민국이다. 이러다 사람이 없어 대한민국이 사라질 판이다. 한 보고서는 2022년 우리나라 총인구 5167만명이 2072년엔 3622만명으로 감소한다고 추정했다. 2000만명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대책이 나오고 있다. 출산 축하금도 주고 수당도 주고 돌봄 및 근로 환경도 개선하고 다양한 돌봄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 총선 공약에서도 저출산 대책이 많이 거론됐다.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도 이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효과적인 법안들을 고민하리라 믿는다.
현재까지 시행한 정책들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비혼 출산까지 언급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으로 이를 장려하자는 취지다. 2020년 우리나라 비혼 출산율이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41.9%보다 현저히 낮아 이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OECD 회원국 중 비혼 출산 비율이 평균 이상인 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61명이라며 우리도 비혼 출산을 늘리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처럼 분위기를 잡고 있다.
나라가 없어질지 모른다니 효과가 있다면 뭐든 꺼내 놓고 고민해볼 만하다. 하지만 비혼 출산 장려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비혼 출산을 장려하겠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이다. 결혼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비혼 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인식을 바꾸자는 것부터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아이는 남녀가 결혼해야 낳는 것이다. 이를 어떤 근거로 바꾸자는 것일까. 물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이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순 있으나 그러자고 독려할 순 없다. 이것이 한국의 사회다.
또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두 남녀가 결혼한 것보다 쉽게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 양육의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아이만 많이 낳으면 된다는 정책은 곤란하다. 출산은 안정감이 중요하다. 내 아이를 안전하게 낳고 산모도 안전한 상태일 때 출산을 계획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든지 쉽게 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출산하려 하겠느냐 말이다.
비혼 출산 여건을 개선하자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비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결혼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지 못해서라고 한다. 그러면 혜택을 누리는 부부들이 출산하지 않아 초저출산 상태가 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혼은 안 했지만 사실혼으로 아이를 낳았다면 제도적인 지원이나 혜택을 줘야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결혼을 하고 출산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가정의 모습이다. 결혼하고 싶지만 여건상 안 되는 예도 있다. 그것이 결혼식 비용이라면 혼인신고만 하면 된다. 혼인신고가 어려워서 결혼을 못 하고, 그래서 아이를 못 낳으니까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도록 독려하자는 건 건강한 가정상을 해치는 황당한 발상이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프랑스식 ‘등록 동거혼’ 제도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도 있다. 동거 가족에게도 혼인 부부와 같은 세금과 복지 혜택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동거는 임시적 관계다.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겠다는 이들에게 권리만 주겠다는 것과 같다. 동거혼에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혼인 관계를 동성까지 확대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생활동반자법’을 적극 추진할까봐 심히 걱정된다.
초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많은 미디어가 그동안 출산, 육아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육체적으로 힘들고 재정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며 개인적으로 손해가 크다는 인식을 심어왔다.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행복은 온데간데없고 불행만 집중됐다.
출산과 양육, 물론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주는 행복, 기쁨, 소망은 그 어려움을 잊을 만큼 충분히 크고 의미와 가치가 있다. 이를 우리 사회에 지속해서 알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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