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학습자 양육 부모는 ‘와우’ 놀라고, 아이들은 ‘키키’ 웃기를
중·고교 시절 줄곧 장애인, 비장애인 통합교육을 받아온 청년에게 교실은 기울어짐 없는 평평한 교육 현장이었다. 순수미술 전공자로서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청년은 자신이 만난 아이들 중 조금 느리게 학습하고 장애로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시선이 꽂혔다. 그 시선은 오랜 시간 품었던 교육 콘텐츠 기업 창업의 꿈과 만났다. 그리고 그 만남은 교육을 넘어 삶의 디딤돌을 표방하는 기업을 이끌어가는 오늘로 이어졌다. 강예슬(29) 와우키키 대표가 걸어온 길이다.
와우키키는 발달지연아동의 자립적 사회적응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수교육 콘텐츠(학습교재·교구) 제작,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언어와 발음훈련 교육 프로그램, 특수교육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발달 학습관리 시스템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그 출발점은 무엇이었을까.
“대학생 시절 미술을 접목해 아이들에게 통합인지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느린 학습자와 발달장애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느리다고 방향이 틀린 건 아니거든요. 기다려주는 마음, 멈춤 없는 격려가 필요하죠. 코로나19 팬데믹이 찾아왔을 때 학부모들로부터 ‘아이가 선생님과의 수업을 그리워해요’라는 연락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필요한 콘텐츠들을 구체화하기 시작했어요. 느린 학습자를 양육하는 부모들은 ‘와우(Wow)’ 하며 놀라고 아이들은 ‘키키(Kiki)’거리며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와우키키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2021년 10월 ‘달리는 거북이’란 브랜드를 론칭하고 학습지를 제작하며 교육 콘텐츠를 확장해 나갔다. 강 대표는 “느린 학습자나 발달장애 아이들은 반복적인 교육이 중요한데 한 번 푼 문제를 그대로 또 풀면 단순 암기가 될 수밖에 없어 효과가 떨어진다”며 “학습 단계를 세분화해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기존의 에듀테크 서비스와의 차별화”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저출생 그래프는 우하향하고 있지만 발달지연 환자 수는 줄곧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5만4295명이었던 발달지연 환자 수는 2022년 10만3107명으로 4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강 대표는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본질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가치 또한 포기할 수 없다”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에 대한 방향성이 와우키키를 존재하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향점을 공유하는 와우키키 직원 중엔 크리스천이 다수다. 강 대표는 “매일 오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탠드 업 회의’를 가지며 의견을 주고받는 게 와우키키 특유의 기업문화”라며 “다양한 서비스와 직무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이 일은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 여기고, 기업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소명이라는 고백들을 나누곤 한다”고 전했다.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미술활동, 인지발달, 기초 사고 등 전인지적인 발달을 돕는 오프라인 클래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 교회 내 발달장애 아동 부서가 방학 수련회를 열 땐 현장으로 찾아가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강 대표는 “방문하는 장소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게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수업 콘텐츠를 준비하고, 애완동물과 교감하며 창작활동을 하기도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교사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교사들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서비스(푸른 둥지)는 앞으로 더 기대를 모으는 영역이다. 강 대표는 “현재 2기까지 형성된 특수교사 커뮤니티를 통해 와우키키가 보완해야 할 점들을 가감 없이 확인한다”며 “그와 함께 직무특성상 겪게 되는 특수교사들의 고민과 고충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특수교육 관련 법령이 제정돼 공교육 현장에서 발달지연 아동이 전문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라에 비해 국내 특수교육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강 대표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을 한순간에 바꾸는 건 불가능할지라도 와우키키가 선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특수교육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좋은 친구이자 조력자가 돼주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느린 학습자와 발달장애아동의 교육 이슈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며 “전 세계 어디든 교육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와우키키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숱한 변수와 위기가 도사리는 스타트업 업계에서 와우키키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가장 집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결연한 의지와 희망이 덧대어진 답이 돌아왔다.
“매일 고민하며 집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나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 팀원들의 비전이 한 방향을 이룰 수 있을지를요. 와우키키의 모든 구성원이 바라는 것처럼 ‘다 같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 우리의 힘이 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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