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신앙고백, 잘 꿰어야 보배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연예인의 신앙 고백은 교회나 연말 시상식 등 일부 무대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등 SNS가 활발해지면서 스타의 신앙생활과 그들의 고백은 더 가까이 대중에 다가간다. 자신에게 비춘 스포트라이트를 하나님께 돌리는 것은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는 말씀의 실천으로 기독교인에게 본이 된다. 하지만 ‘미디어 선교사’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연예인 영향력에 매몰돼 그들이 전하는 개인적 신앙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한국교회는 그들을 간증 집회에 초청하는 데만 만족하지 말고 그들의 신앙 성숙을 위해 동역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가수 백지영은 지난 2월 말 한 기독교 방송에 출연해 신앙 간증을 했다. 연예계 데뷔 후 처음이었다. 그가 방송에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증거할 수 있던 데는 SNS의 신앙고백의 영향이 컸다. 당시 방송 진행자는 백지영에게 “보통 인스타그램엔 자랑이 많아 일명 ‘자랑질그램’이라고 부르는데 백지영씨 인스타그램은 하나님으로 도배됐더라. 하나님을 자랑하고 싶다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백지영은 지난해 3월 사사기 16장 28절을 공유하며 묵상을 나눴는데 최근까지도 “은혜받았다”는 네티즌 댓글이 달린다. 그는 “삼손은 두 눈을 잃고 나서야 자신의 소명에 눈을 떴다”며 “우리는 삼손처럼 너무 늦게 알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해 2월 요한복음 1장 1절을 올리며 1000번째 글을 기념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제 인생을 계획해 주시고 인내심 없는 저를 끌어주셔서 감사하다. 완전할 수 없는 제가 온전함을 사모하게 하셔서 우선순위를 바꾸고 바라볼 곳을 알게 하셔서 너무 좋다. 같은 마음으로 모여서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동역자를 주시고 매일 매 순간 뜻하지 않은 때 은혜를 경험하게 하시니 감사하다”며 “믿는 자녀이건 그렇지 않건 하나님을 바로 알고 그 안에서 평안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썼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도 인스타그램에 자주 그의 신앙을 드러낸다. 그는 지난 2월 초 이사야 55장 9절 말씀과 함께 “하나님의 타이밍을 전적으로 신뢰해야 한다”는 조언을 공유했다. 이에 8만명이 ‘좋아요’를 누르며 호응했다. 지난해 말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 모습을 형상화한 소품 사진을 올리면서 기독교 소품 기업을 응원했다. 2022년 연말에는 기독 서적 ‘다윗의 생애’ 일독을 권하며 “베들레헴의 이름 없는 목동에서 통일 왕국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 선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예표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는 책”이라고 극찬했다.
배우 신현준은 일상생활과 함께 성경 구절을 올리면서 복음을 전한다. 특히 가족과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며 묵상하고 기도해 기독교인 가정의 표본을 보여준다. 지난달 16일에는 아들과 목욕하는 모습과 함께 로마서 8장 38~39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끊을 수 없는 사랑을 전했다.
배우 박탐희는 올 1월 초 생일을 맞아 “매년 우리 교회는 1월 2일에 첫 새벽예배를 시작한다. 예수님이 나에게 주시는 생일 선물이라 특별히 더 기쁘다. 삶에서의 진짜 목적과 시선의 방향, 놓지 않아야 하는 선한 믿음 은혜의 새벽, 예수님과의 데이트로 완벽한 생파(생일파티)를 했다”고 감격했다. 배우 김성은은 3월 초 출석 교회에서 진행하는 40주짜리 성경 통독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며 “성경 읽기로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썼다.
축구선수 기성용은 부활절인 지난 31일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골 3:1)라는 메시지와 함께 “기쁜 부활절이 돼라”고 축복했다.
가수 이진아는 찬양 유튜브 채널을 따로 개설해 복음을 전한다. 그는 그 계정에서 편안한 차림에 피아노를 치면서 나지막이 찬양한다. 워십밴드 제이어스의 ‘하늘 위에 주님밖에’, ‘축복송’으로 잘 알려진 ‘때로는 너의 앞에’, ‘나 주님의 기쁨 되기 원하네’ 등 그의 찬양 영상에는 1만개가 넘는 ‘좋아요’가 쏟아진다. 기독교인이 아닌 가수 이효리조차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라는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유튜브는 연예인 간증의 통로로 활용된다. 걸그룹 씨스타 출신 가수 효린은 최근 전신마비 유튜버인 박위가 운영하는 ‘위라클’에 출연해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평생을 함께하면서 하나님을 같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효린은 과거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 가수 선미와 서로 기독교인임을 확인한 뒤 “만남의 축복이 끝이 없다”고 기뻐하기도 했다.
온라인 사역단체인 ‘교회친구다모여’ 인스타그램에는 연예인이 간증한 내용을 정리해 올린 게시물이 단연 인기다. 황예찬 총괄PD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아닌 삶과 신앙이 일치하는 인물의 신앙고백에 더 많은 ‘좋아요’가 달리는 등 파급력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기독 연예인은 기독교가 세상에 보여지는 창이며 기독교가 세상에 말을 걸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다”며 “믿고 따를 만한 성숙한 기독 연예인이 복음 안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기독교 가치를 세상에 꾸준히 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면 기독 연예인이 일종의 ‘미디어 선교사’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 양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최근 미국 교계에서는 기독 연예인이 성경적 가치에 반하는 의견으로 인해 대중에 부정적 영향력을 끼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팝스타’로 군림하는 테일러 스위프트가 그 도마 위에 올랐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자신을 기독교인으로 밝힌 적이 있는 그는 SNS 글과 노래에 낙태 권리 지지나 동성애 옹호 메시지를 담았다.
미국 남침례교 소속인 JD 그리어 목사는 지난 2월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기독교인은 스위프트의 주장을 따라도 되느냐’는 청취자 질문에 “그가 기독교인이 본받아야 할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혹자는 “기독교인이 스위프트를 따르는 것처럼 예수님을 가까이 따르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내 문화선교 전문가들 역시 기독 연예인에게 책임을 당부했다. 고신대 강진구(국제문화선교학과) 교수는 “기독 연예인 스스로는 선교사적 역할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책임감을 지녀야 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일은 자신이 높임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 창조주를 기억하도록 돕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교회 안뿐 아니라 밖에서도 이해를 얻도록 공동의 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용자인 기독교인들에게는 분별과 동역이 요구됐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연구원은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발화 권력을 가진 공인이라는 점에서 연예인 당사자에게도 발언에 대한 주의와 배려가 필수적이겠지만, 대중인 우리 역시 한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 신앙고백을 크게 받아들이고 흔들려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도 “기독 연예인을 교회 간증집회용으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며 “그들이 전도자적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는 만큼 공동체를 통한 신앙 교육과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을 깨닫는 과정을 함께하고, 깊은 관심과 애정 안에서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타들의 신앙고백, 잘 꿰어야 보배다 - 더미션
- 거대 야당, 차금법 입법 강행 우려 커져… 교계 바짝 긴장 - 더미션
- [단독] 말년의 언더우드 선교사 美에 보낸 편지 수십통 ‘햇빛’ - 더미션
- 기도·묵상은 기본… 육필 원고 암기, 청심환 먹기도 - 더미션
- “폭격·굶주림 내몰린 아이들… 세계와 연결된 느낌 갖게 해달라” - 더미션
- [미션 톡!] “복음 전할 땐 타인 향한 예의와 섬김이 우선돼야” - 더미션
- “이단, 신도 승소 힘입어 교리 정당성 주장에 악용할 수도”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