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패션의 새로운 주역들
김명민 2024. 4. 13. 00:00
지속 가능성을 겸비한, 패션계를 뜨겁게 달구는 신인류 디자이너 9.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듯 빵빵한 실루엣으로 주목받은 디자이너 듀런 랜팅크. 그는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한 번 LVMH 후보자로 선정되며 패션계에 입지를 쌓고 있다. 그의 컬렉션은 이미 수많은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한 상태. 독창적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그의 패션 철학에는 친환경과 사회적 윤리 의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와 재활용 천을 활용해 옷을 만들고, 과잉 생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제품은 주문받은 후에 제작한다. 쇼 역시 장식 요소 없이 관객석만 마련된 텅 빈 쇼장에서 진행한다. 과연 올해는 그가 LVMH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을까?
「 DURAN LANTINK 」
「 HODAKOVA 」
빛바랜 가죽 벨트와 구겨지고 때가 탄 은쟁반, 악성 재고가 된 언더웨어, 손때 묻은 브리프케이스까지. 낡고 버려진 것이 재료가 돼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바로 호다코바의 얘기다. 스웨덴 출신의 디자이너 엘렌 호다코바 라르손은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험적인 컬렉션을 완성한다. 벨트를 격자로 엮어 만든 드레스와 가방이 대표 아이템. 새 시즌에는 은식기로 뷔스티에 톱을 만들고, 브리프케이스를 해체해 드레스로 변형시켜 또 한 번 놀라움을 줬다.
「 AVAVAV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아테 칼손이 이끄는 브랜드 아바바브. 재고와 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동참하고 있다. 사회 문제를 다양한 작품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이기도 한 베아테 칼손은 사회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로 관객에게 암시적인 메시지를 던지곤 한다. 최근 밀란 패션위크에서 진행한 2024 F/W 쇼에서는 모델에게 쓰레기 세례를 퍼붓는 런웨이를 선보여 대중의 입방아에 올랐다. 악플과 비판이 만연한 사이버 세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 JIYONG KIM 」
햇빛에 천을 그을리는, 획기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염색 기법 ‘선 블리치’로 주목받은 디자이너 지용 킴. 자연의 힘으로 패턴이 완성되는 만큼 제작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각 피스는 단 하나뿐인 특별한 모습으로 남는다. 최근 2024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 후보자에 올라 더욱 기대를 모은 상태.
「 RAVE REVIEW 」
스톡홀름을 베이스로 둔 레이브 리뷰는 빈티지 의류와 버려진 천을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옷을 만든다. 디자인 역시 패치워크가 주무기. 타탄 체크나 각양각색의 플로럴 프린트, 에스닉 문양 등 서로 다른 패턴을 과감하게 믹스해 펑키하고 아방가르드한 룩을 선보인다.
「 PAOLO CARZANA 」
영국 웨일스 출신 디자이너 파올로 카자나는 포토벨로 마켓과 오가닉 숍에서 재료를 찾는다. 그곳에서 구한 채소와 꽃, 향료로 재활용 천과 오가닉 소재를 염색해 자연적인 색감을 덧입힌다. 디자인 역시 드레이핑 등 수작업을 활용한 공예적 디테일로 가득하다. 밑단을 재봉하지 않은 거친 질감의 천을 켜켜이 덧대고 비정형적 형태감으로 완성한 룩은 한 떨기 꽃 같다.
「 PAOLINA RUSSO 」
니트 공예부터 천연 염색, 우드 카빙까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컬렉션에 녹여내는 파올리나 로소. 지역 장인들과 친환경 제조 공정을 거치는 공장을 연결시키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옷을 제작한다. 공예 요소를 단순하게 활용하지 않고 스포츠 무드를 주입하는 등 현대적이고 실험적으로 재해석하는 방식도 주목할 부분. 최근 컬렉션에는 알록달록한 풍선과 함께 재기 발랄한 쇼를 선보였다.
「 TORISHÈJU 」
토리셰주의 컬렉션은 모양과 형태, 직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흔적으로 가득하다. 꼬이고 구부러진 디테일이 그 결과물. 컬렉션의 재료는 버려진 옷감과 재활용 직물. 지난 시즌에는 크레이그 그린의 재고와 런던 직물 공장에서 남은 천을 기부받아 컬렉션을 제작했다. 시작부터 기운이 좋은 디자이너다. 첫 쇼 오프닝 모델로 나오미 캠벨을 세우고, 젠데이아가 공식석상에서 토리셰주 룩을입고 등장했으니 말이다.
「 TOLU COKER 」
업사이클링 소재와 재고 원단을 활용해 실험적인 룩을 만드는 디자이너. 새 시즌에는 수작업으로 만든 아프리카풍의 헤드피스와 우븐 백을 선보였다.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자선단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적극적으로 친환경 패션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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