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관계 재정립" 주장에 與이견, 전대냐 비대위냐 충돌 조짐도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내분 조짐이다. 겉으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간의 관계 재정립 방향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한 꺼풀 벗기면 차기 당권을 누가 쥐느냐를 두고 헤게모니 다툼이 시작된 징후가 보인다.
총선 참패 사흘째인 12일 국민의힘에선 비윤계를 중심으로 당정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안철수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국정 기조를 전면적으로 혁신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실을 겨눴다. 그는 대통령실 및 내각 일부 인사만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서 “(정책실ㆍ안보실 및 내각) 모두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며 “국민 질책을 정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속 처리를 예고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에 대해선 “찬성한다”고 했다.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중앙일보에 “그간 여당이 정부와 대통령실에 종속됐다”며 “22대 국회에선 건전한 긴장 관계를 통해 독립성과 자주성을 가진 여당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범야권이 차기 국회에서 처리를 예고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그는 “김 여사 관련 여러 문제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았다”며 “우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부산 북갑에서 낙선한 5선 서병수 의원은 자신의 SNS에 “선거에서 몇 번 이겼다고 권력다툼에만 매몰됐다. 대통령실 뒤치다꺼리에만 골몰했다. 무엇보다 당과 정부의 관계를 집권당답게 책임지지 못했다”며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그러니 국민의힘부터 바로 서야 한다”고 썼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용산만 목매어 바라보는 해바라기 정당이 됐다”며 “날지 못하는 새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 참 안타깝다”고 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전날 자신의 SNS에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감, 또 입법부로서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모두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일련의 발언에 대해 당 일각에선 비윤계가 차기 당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수직적 당정관계’를 부각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박정훈 서울 송파갑 당선인은 12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 윤석열 정부(임기)가 3년이 남아있다”며 “당에서 쓴소리한다고 국정 기조가 일사불란하게 달라지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중요한 건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면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며 “'쓴소리하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한다' 또는 '대통령 편이 대표가 돼야한다'는 구시대적 프레임으론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전당대회 대신 비대위 체제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영남 의원은 “대통령에 맹목적으로 종속하는 대표도 필요 없지만, 무조건 들이받겠다는 사람을 뽑아도 국정운영이 마비된다”며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보단 비대위를 통해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전 원내대표의 당 대표 출마를 반대하는 연판장을 돌린 친윤 초선 그룹 일부도 비대위 체제를 선호한다. 이에 대해 비윤계 중진은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체제를 정상화하면 대통령실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당권을 쥘까 우려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당 운영방향을 두고 이견이 불거지자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은 15일 4선 이상 간담회를 열어 수습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중진은 “빨리 당선인 총회를 열어 22대 국회에 입성할 의원들의 의견을 먼저 듣는 게 순리”라며 간담회 불참 의사를 밝혔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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