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中 자오러지, 최용해 만나 "고위층 교류 강화"…김정은도 만날듯

박현주, 이도성 2024. 4.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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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방북 첫날인 11일 최용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하고 “고위층 교류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방북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날 것으로 관측되는데, 김정은의 방중이나 북·중 정상회담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11일 중국 공식 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연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중 "전략적 협력 늘리자"


중국 외교부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오 위원장이 올해로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국과 북한 양국 간 우정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자오 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의 전통적 우의는 예로부터 양측 지도자들이 함께 만들고 정성을 들여 키워온 것”이라며 “북한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중시하고 양국 관계를 공고하게 발전시키는 건 우리의 바뀌지 않는 전략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중·조 우호의 해’를 계기로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고 상호의 이익 협력을 심화하면서 인문 교류와 전략적 협력을 늘려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덧붙였다. 이에 최용해 역시 “피로 맺어진 북·중 우의는 역사와 뿌리가 깊은 소중한 유산이자 자산”이라며 “양측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방향에 따라 교류협력을 심화시키고 우호협력을 발전시킬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설명했다.

고위층 교류 강화나 최고지도자 언급은 북·중 간 정상회담 관련 진전 등 관계 발전 본격화를 뜻하는 것일 수 있다.
11일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화인민공화국 당정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한반도 정세도 논의…환영 만찬도


중국 외교부는 자오 위원장과 최용해가 국제 지역 정세와 한반도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중 간 전략 갈등 심화, 북·러 간 군사 협력 등을 비롯해 다양한 사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회담 직후 북·중 외교 비자 면제, 고전 작품 번역·출판, 세관·검역, 라디오·TV·우편·택배 등 분야별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이어 자오 위원장과 최용해는 북한이 중국 당정 대표단을 위해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12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용해는 이 자리에서 북·중친선의 "불패성과 불변성"을 주제로 연설했고, 자오 위원장은 "호혜 협조를 심화시켜 두 나라 인민에게 더 많은 복리를 안겨주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을 위해 공헌하겠다"고 화답했다.

연회에는 고길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승정규 문화상, 문성혁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박명호 외무성 부상, 류은해 대외경제성 부상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11일 자오러지 주국 전인대 상무위원장 방북에 따라 평양에서 회담이 이뤄지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한편, 자오 위원장의 방북과 맞물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조·중친선의 해 2024' 배너가 새로 생겨 양국 관계 관련 기사들을 모아서 볼 수 있게 해뒀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홈페이지에 북·러 관계 관련 기사를 모아놓기 위해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한 조로(북·러) 친선관계'라는 배너를 만들었는데, 그 위에 북·중 관계 관련 배너가 자리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첫 화면에 '조중친선의 해 2024' 배너(우측 붉은 네모)가 새로 생겼다. 배너를 누르면 북한과 중국 관계를 다룬 기사들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코로나 이후 최고위급 방북


자오 위원장은 2020년 1월 북한이 코로나 19로 인해 국경을 봉쇄했다 지난해 8월부터 교류를 재개한 뒤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그는 오는 13일까지 북한에 머무는데 '북·중 우호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6일과 9일 개막식에 참석할 300여명의 예술단을 파견했다.

자오 위원장은 방북 기간 중 김정은도 만나 그의 방중 일정을 조율하고 이에 따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 계획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북·중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아 상호 방문하는 인사의 급을 높여가고 있다. 자오 위원장은 지난해 7월 소위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 계기 열병식 참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리훙중(李鴻忠)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지난해 9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류궈중(劉國中) 국무원 부총리보다 서열이 높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는 "중국은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이 북한 견제를 고리로 강화되는 걸 경계하는 동시에 북·러가 지나치게 밀착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 서열 3위의 인사를 파견해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이며, 조만간 경제적 지원, 인적 교류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베이징=이도성 특파원 lee.dos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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