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어때]해가 지지 않는 플랫폼 제국 '유튜브' 실록
지식·정보 공유 순기능 뒤
성장과 보상에 가려진 윤리
허위·조작 정보 폐해 눈감아
"솔직히 말해 제가 더는 유튜브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게 기쁠 정도입니다.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요."
미국 주간지 ‘더 뉴요커(The New Yorker)’의 2019년 7월18일자 기사에 언급된 유튜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첸의 말이다. 첸은 유튜브의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예상하지 못했고 그래서 미리 유튜브와 관계를 정리해 다행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당시 첸은 이미 유튜브와 연을 끊은 지 10년 가까이 된 시점이었다. 첸은 채드 헐리, 자베드 카림과 2005년 2월 유튜브를 설립했다. 3인방은 창업 20개월 만인 2006년 10월 16억5000만달러를 받고 구글에 유튜브를 매각했다. 첸은 한동안 구글에 근무했으나 2010년 구글을 떠나며 유튜브와 연을 정리했다.
‘유튜브, 제국의 탄생’은 창업부터 지난 20년 가까운 유튜브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글쓴이 마크 버겐은 블룸버그 통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기자다. 열전(列傳)처럼 유튜브의 역사에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을 중심으로 책을 서술했다. 흥미로운 내용이 적지 않다. 일례로 2007년 초 자신의 어린 아들이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 홈페이지에 노출시켜 달라며 계속 이메일을 보내 유튜브 직원을 괴롭힌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 어머니의 아들은 저스틴 비버였다.
글쓴이는 10여 년 동안 유튜브의 역사와 함께한 300여명을 취재해 책을 집필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은 창업자 3인방이다.
오늘날 우리는 유튜브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튜브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3인방은 애초 가벼운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3인방이 유튜브 도메인을 구매한 뒤 사이트의 형태를 고민하는 내용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데이트 사이트처럼 가야 할까, 아니면 사진 사이트로 가야 할까?"
글쓴이는 창업자조차 예상치 못한 오늘날 유튜브의 막강한 영향력에 대해 한번 고민해보자고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는 첫 페이지에 쓴 짧은 글에서 ‘프랑켄슈타인’ ‘장난’이라는 단어를 언급한다. 창업주 3인방은 장난처럼 가볍게 시작했는데 현재 유튜브는 괴물 같은 존재가 되지 않았나 하는 의도를 담은 글로 보인다.
글쓴이는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온라인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를 창조하는 데 유튜브만큼 기여한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실제 현재 유튜브에는 1분 만에 500시간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전 세계에서 유튜브 시청에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 10억시간에 달한다.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지식과 정보, 또 웃음과 감동을 주는 여러 영상이 공유되고 전파되지만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X(옛 트위터)와 같은 SNS 규제에 대한 논의가 집중될 뿐 유튜브는 논의의 대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허위·조작 정보가 페이스북이나 X에 글로 게재돼 있을 경우 쉽게 적발할 수 있지만 유튜브의 영상 속에 포함될 경우 적발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유튜브 역시 허위·조작 정보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지만 그 심각성이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튜브에 공유되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잘못된 정보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의 문제는 유튜브 창업 초기부터 제기됐다.
유튜브를 개설하고 5개월가량 지난 2005년 7월, ‘버드라이트’ 맥주 브랜드의 TV 광고를 도용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다수 게재됐다. 헐리는 해당 동영상이 맥주 제조사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며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동영상을 삭제했다. 하지만 카림은 헐리와 의견을 달리하며 해당 동영상을 복원했다. 카림은 유튜브를 알리기 위해 위법이지만 해당 동영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간 저작권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된 뒤에도 이어진다. 유튜브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유튜브에 공유되는 동영상에 금전적 수익을 제공하면서부터다. 애초 헐리는 유튜버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에 반대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인수한 당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는 단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해준다면 헐리의 운영 방식을 존중해줄 것이라고 했다. 슈미트가 요구한 단 한 가지 조건은 이용자와 영상, 조회 수의 증가였다. 헐리가 보기에 사용자와 조회 수를 늘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전적 보상을 지급해 이용자들의 의욕을 고취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미국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었다. 당시 코로나19와 관련된 허위 정보 탓에 피해가 커졌다. 책에서 유튜브의 전 직원 마이카 샤퍼는 당시 피해와 관련해 유튜브가 수익에 목을 매는 바람에 백신 음모론을 지지하는 꼴이 됐다며 유튜브를 비난한다. 수익에 신경을 쓰다 보니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퍼지는 것에 유튜브가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조작 정보가 야기하는 폐해가 심각하다면 어떻게 규제해야 할까. 이미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상황이라면 첸의 말처럼 누구나 이 괴물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라는 막막한 생각부터 들지 않을까.
유튜브, 제국의 탄생 | 마크 버겐 지음 | 신솔잎 옮김 | 현대지성 | 560쪽 | 2만5000원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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