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다면…폭력의 시대, 보이지 않는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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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은 어제로 마무리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로 많은 이에게는 기대에 가득 찬 분주한 한 달이었지만 반면 또 많은 이에게는 현시대의 씁쓸한 단상을 본 듯 할 것이다.
소득 및 상속에 대한 누진세 체계,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고가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등 부유층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가 향유하는 경제적 삶도 역시 이기더라도 잘 이겨야 하며 너무 이겨서도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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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를 받아들이는 사회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는 ‘바톤 핑크’, 파고’ 등의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코엔 형제의 2007년 작품으로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등 모두 4개 부문을 수상한 명작이다. 우수한 작품성을 떠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의 제목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사실 현 시대상은 나날이 짙어가는 극단적인 사고와 언행, 서로에 대한 냉소, 미움과 증오, 무차별 폭력이 난무하는 모습으로 이를 바라볼 때 노인뿐만 아니라 우리 그 누구도 살 수 있는 나라가 없는 듯하다.
지난 한 달은 어제로 마무리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로 많은 이에게는 기대에 가득 찬 분주한 한 달이었지만 반면 또 많은 이에게는 현시대의 씁쓸한 단상을 본 듯 할 것이다.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비방이 난무했고 정치인들의 언행은 더 소통의 수단이 아닌 폭력이 되고 부끄러움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산이 되어야 할 지도부는 오히려 바람을 자처하고 악에 악으로 경쟁한다.
선거만이 아니라 다른 수많은 우리 삶 속의 경쟁에서 한순간 이기기만을 위해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되고 그 결과만에 심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언젠가는 지나가기 마련이고 좋을 때도 있지만 힘든 순간도 오기 마련이다. 인생은 길고 상황은 언제든 역전될 수 있으며 내가 강할 때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내가 어려울 때 나에 대한 배려로 돌아오게 된다. 이기더라도 잘 이겨야 하며 상대가 약할 때 너무 이겨서도 안 되는 법이다.
우리의 삶의 방향은 가끔 동전 던지기와도 같은 운에 따라 결정되기도 한다. 막상막하의 투표전에서는 투표 당일의 날씨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바쁜 직장인에게는 그날의 교통 상황이 선거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삶은 때때로 누구를 탓할 수도, 원망할 수도 없는 동전 던지기와 같은 우연의 결과에 따라야만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동전 던지기에 걸린 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이다. 사실 동전 던지기에 걸린 결과물이 무엇일지도 모르면서 우리의 삶은 선택을 강요할 때도 있는 것이다. 공평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나라’는 우리의 삶이 마치 때때로 동전 던지기에 따라 달라지는 우연의 결과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일 것이다.
경제학에서도 경제주체의 삶이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때에 대한 크고 작은 배려를 한다. 인격체로서 최소한 누려야 할 삶의 경제력과 보건 등의 복지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지나친 소득격차를 해소하며, 부의 재분배를 위해 노력한다. 작게는 금융상품만 하더라도 현물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옵션으로 지나친 손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소득 및 상속에 대한 누진세 체계,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보험 및 국민연금, 고가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 등 부유층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가 향유하는 경제적 삶도 역시 이기더라도 잘 이겨야 하며 너무 이겨서도 안 되는 법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주인공은 시대의 폭력에 은퇴의 길을 택한다. 2시간 조금 넘는 영화 속의 삶에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리라. 하지만 우리의 삶은 우리 자녀 세대로 계속된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으면 우리 그 누구를 위한 나라도 없게 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 몰두하여 이기기만을 위해 극단으로 가는 현시대에서 이제는 잠시 멈춰, 때때로 운에 맡기더라도 우리가 모두 받아드릴 수 있는, 함께 하는 그런 나라를 꿈꿔 본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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