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유플라이마' 美 진출 속도…"시장 50% 커버"

이춘희 2024. 4. 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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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펜트라와 함께 '3.5조' 매출 선봉장
'美 진출 관문' 3대 PBM 중 두 곳 뚫어
이중 가격 등 전략 변경으로 진출 박차

셀트리온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연 매출 3조5000억원의 선봉장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와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사진제공=셀트리온]

12일 셀트리온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한 유플라이마가 최근 미국의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한 곳과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에서는 환자의 보험사와 연관된 PBM의 처방집에 유플라이마가 올라있지 않다면 의사가 환자에게 유플라이마를 처방하기 어렵다. 해당 PBM에서는 처방집에 오른 약에 대해서만 환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면 환자가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PBM 시장은 현재 3대 PBM으로 불리는 CVS케어마크, 익스프레스스크립트, 옵텀Rx가 시장의 80%를 과점하고 있다.

하지만 유플라이마는 지난해 출시 이후 이 중 옵텀Rx 등재에만 성공했다. 그러면서 시장 공략에도 난항을 겪어왔다는 평가다. 지난 2월 기준 유플라이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0.1% 내외에 그친다. 오리지널인 휴미라가 96%의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다른 바이오시밀러들과 비교해봐도 저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대형 PBM 계약을 끌어내면서 단번에 미국 시장 내 적용 가능 범위(커버리지)를 5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회사 측은 나머지 한 곳까지 연내에 등재 계약을 성사해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셀트리온이 유플라이마의 판매 전략을 대폭 바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까지 진행해왔던 높은 도매가격(WAC) 전략 대신 낮은 도매가의 제품을 함께 파는 '이중 가격'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한국과 달리 리베이트가 허용되는 미국 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 리베이트 중 PBM에 지급되는 금액은 도매가격의 일정 비율로 책정된다. 도매가격이 높을수록 PBM의 이익도 늘어난다. 자연스레 PBM도 높은 도매가격 제품을 선호하게 된다. 이에 셀트리온은 그동안 휴미라의 월 6922달러 대비 5%만을 할인한 6577달러의 도매가격을 매기는 단일 가격 전략을 택해왔다. 반면 높은 도매가격 제품을 출시한 암젠, 산도스, 베링거인겔하임 등은 동시에 최대 87%까지 할인한 낮은 도매가격 제품도 판매하는 이중 가격 전략을 펼쳐왔다.

올해부터는 셀트리온도 이중 가격을 핵심 전략으로 삼을 예정이다. 회사 측은 "PBM 계약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수익성"이라며 "리베이트 비중이 낮은 공보험 시장은 높은 도매가격 제품을 공급하고, 리베이트 수준이 높은 사보험 시장은 낮은 도매가격 제품을 공급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가격 구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공·사보험을 아울러 진행된 이번 PBM 계약은 낮은 도매가격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진 가운데, 셀트리온은 사보험 시장에 좀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고려한 맞춤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IRA를 통해 연간 의약품 가격 2000달러 이상인 의약품은 초과 부담분의 60%를 보험사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등 약가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높은 도매가격 제품보다 낮은 도매가격에 대한 시장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셀트리온은 "제도 변화에 미리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점유율이 높은 대형 PBM에 리베이트가 적은 낮은 도매가격 제품을 신속히 올려 시장 공략에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는 판단이다.

셀트리온이 올해 목표로 제시한 3조5000억원 매출을 위해서는 유플라이마가 5000억원, 짐펜트라가 글로벌 1조원의 매출을 올려줘야 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두 약을 함께 패키지로 묶어 판매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두 약은 모두 염증성 장 질환(IBD) 등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쓰인다. 의사가 두 약 중 환자에 보다 적합한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는 만큼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여기에 더해 내년 3월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인 CT-P43까지 출시되면 보다 강력한 치료제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이번 계약부터는 유플라이마의 타깃 시장을 염증성 장 질환뿐만 아니라 휴미라의 또 다른 핵심 적응증인 류마티스 관절염(RA) 질환까지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휴미라의 미국 시장 매출인 144억4000만달러(약 20조원) 시장 전반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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