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에 충격 받은 정부부처... "다가올 가을이 두렵다"

김종철 2024. 4. 1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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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민생토론회 약속, 사실상 물거품 될 것"... 전문가들 "국정기조 대전환해야"

[김종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월 25일 경기도 용인특례시청에서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를 주제로 열린 스물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자료를 살피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정책의 시간이다. '대파'로 상징된 윤석열 정부 정책들이 기로에 섰다. '관권선거' 논란에도 대통령은 전국을 돌아다녔다. '민생 토론회'라는 이름이었다. 그가 걸음을 옮긴 곳 대다수가 선거 격전지들이었다. 그 현장에선 대대적인 '돈 뿌리기' 약속이 이어졌다. 

'대파' 가격부터, 수십 조 원의 반도체, 철도, 항만 등 투자까지…

하지만 국민들은 냉정했다. '긴축' 국가재정에 목소리를 높여온 현 정부의 이중성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나라살림을 아껴쓴다고 해놓고 재정적자와 부채는 사상최대다. 대기업과 부자감세는 대놓고 추진하면서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 자영업자 대책은 말 뿐이다. 

국민들은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11일 오전 한때 주식시장 숫자들은 온통 아래쪽을 향했다. 총선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과 여당 등의 반응이 전해진 후, 가까스로 2700선을 유지했다.

정부여당은 과연 정책의 거대한 전환을 이룰수 있을까. 시장은 불안과 두려움에 싸여 있다.

"출구조사 보고 충격"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지난 9일 주요 경제부처의 국장급 인사 A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 과정에서 나온 정책들을 챙겨야하기 때문이다. 향후 후속 추진 과정 등을 보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수차례 회의도 했다. 

이어 그는 "총선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데다, 선거 마지막 판세가 궁금하다고 했다. 그에게서 '여당 참패'라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여당의 선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민생토론회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자가 "야당이 승리할 경우, 정책들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그는 "(야당이) 과반이상이면 아무래도 힘이 빠지겠죠"라고 했다. 

11일 오후 그와 어렵사리 전화 연결이 됐다. 그는 "출구조사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정책은 예정대로 준비하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어 "다가올 가을(정기국회 등)이 두렵다"면서 "여야가 민생 경제를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으니 지켜보자"고 그는 대답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고위간부 B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주요 인사의 사의 표명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었다. B씨는 조심스럽게 "부처마다 상황이 다를수 있지만 향후 주요부처 개각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향후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묻자, "내부적으로 상황 변경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라며 "(기존) 그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실정과 오만의 상징... '대파' 부메랑

국내 대형 금융회사의 임원 C씨는 "대통령이 직접 금융시장에서 개인투자자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면서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시장이 지난해 이후 큰폭의 성장을 이룰 때 국내 시장은 사실상 침체나 다름없었다"면서 "정책의 일방적인 추진과정에서 시장과의 불통이 투자자들에게는 오만으로 비쳐졌고, 신뢰가 깨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파'로 상징되는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비상식적 접근과 경제실정이 부메랑이 돼 선거결과로 드러난 것"이라며 "여소야대 속에 정치적 혼돈이 더 가중될 경우, 경제위기가 더 심화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4대 그룹의 주요 임원인 D씨도 비슷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등 반도체를 비롯한 2차전지 등의 국제 주도권을 놓고 나라마다 앞다퉈 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여야정치권이 말로는 협력과 지원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동안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야 정치권의 갈등과 정책 혼선이 기업들에 '무형의 부담'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나"라고 묻자, "언론에서 어떻게 예상하는가"라며 오히려 되묻기도 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박근혜 정부의 예를 들어가며 "보수정권(박근혜정부)에서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이야기했고, 진보정권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사실상 탄핵한 것"
 
▲ "대파밭 갈아엎을 지경" 상경한 농민들 대파생산 농민들이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합리적 대파 가격 875원' 발언 이후 대파밭을 갈아엎을 지경에 이르렀다"며 "윤 대통령은 대파농가 살려내라!"고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문제는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여부라고 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친기업이든, 반기업이든 어떤 정책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 그는 "이번 선거결과는 현 정부 정책에 대한 탄핵"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정책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와 재벌친화적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며 "국민이 대통령과 집권세력을 사실상 탄핵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생토론회라는 이름으로 남발한 정책부터 폐기하고, 대통령의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 실질적인 민생을 살리는 정책을 야당과 협의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 전반의 인사 혁신과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현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정책의 수혜는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을 위한 것"이라며 "복지는 더욱 줄어들고, 세금 결손과 재정적자가 커지면서 계층간 불평등과 경제위기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선거의 민심은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주요 부처의 인적 쇄신 뿐 아니라 부자감세 철회 등 주요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며, 거대 야당이 앞장서 정부여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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