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에 바란다]'풀리지 않는 규제' 공포…46% "해외인재 유치 세제혜택줘야"
정부 수차례 발표에도 여전히 '규제 공포'
진보 진영 완승으로 실현 여부는 불확실 분석
아시아경제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기업이 ‘규제 완화’를 주문한 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을 방증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50개 기업 중 74%가 22대 국회에 가장 바라는 입법 아젠다로 ‘기업활동 규제 개선’을 꼽았고,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정책과제로도 ‘킬러 규제 발굴 확대(62%)’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 크고 작은 규제가 여전히 현장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를 개선할 때 선행돼야 할 ‘킬러 규제’ 발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 정부가 기업들에 규제 개선을 여러 차례 약속하고 일부 관련 조치들이 이행됐음에도 기업들은 아직도 ‘규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우리 정부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을 주축으로 기업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현행 법제에서 문제로 지적돼 온 크고 작은 규제를 고치고 이를 알려왔다. 지난 2월에는 행안부가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으로 지난해 총 163건의 규제를 개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적지 않은 숫자임에도 기업들의 체감 정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경제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자유로운 사업을 하기에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중국이 더 낫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긴 하지만, 산업 분야에선 시장경제 원칙에 따르는 만큼 우리나라보다 기업들에 적용되는 규제가 적고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법안 마련에 합심해달라"고 당부하면서 "기업들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규제개선이 시급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진보 진영의 완승으로 끝나면서 기업들의 바람대로 규제 개선이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 실현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175석을 확보하며 ‘거야(巨野)’의 입지를 더 확고히 다진 더불어민주당·민주연합이 호응하느냐에 따라 규제 개선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은 예상하기 힘들어서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공약에 맞서서 기업 관련 규제 일부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하긴 했다. 지난달 초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은 수원, 용인 등 경기남부와 동부권을 반도체 특화 지역으로 지정하고 전체 재생에너지를 쓰는 RE100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추가 연장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4월 ‘기업 경쟁력 강화’ 모임을 출범, 운영하면서 규제 혁파와 제도 개선 관련 입법을 검토해 오고 있기도 하다.
재계에선 그러나 의심 섞인 시선들이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월 1일 정부와 여당이 제안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자는 중재안을 거부하는 등 기업 규제 완화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전례가 있다. 반도체 등 우리 주력사업들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구상해 온 다양한 세액 공제 정책에 민주당이 호응할지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서울 강남구병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와 당선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역할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란 재계 일각의 시각도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규제 외에도 기업들은 반도체 등 인력난을 겪고 있는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인재 유치가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가 관련 입법에 나서줄 것을 바라고도 있다. 아시아경제의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46%가 ‘해외인재를 유치하는 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주도록 입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해외 전문직 비자 확보 및 정주요건 개선’ 요구도 같은 비율(46%)로 많았다. ‘해외 인재 인센티브 제공 기업 현금지원 등 맞춤형 혜택’(30%), ‘해외 고급 인재 인건비 정부 보조’(10%)가 그 뒤를 이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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