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불투명'에도 채권으로 달려가는 개미
ETF도 주식형보단 채권형이 인기 좋아
향후 금리인하 예상에 자본차익 기대심리↑
채권투자에 개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크지만, 향후 금리 인하가 확실한 만큼 자본차익을 기대하며 초장기채 중심의 국고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기준금리 인하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시적 금리 상승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일까지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13조3061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9조5512억원과 비교해 39% 웃도는 규모다. 같은 날 개인 투자자의 원화채권 잔고는 51조886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이전만 해도 개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10조원이 채 안 됐으나 불과 2년 만에 50조원을 웃돌며 5배 가까이 투자가 급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는 1분기에만 국고채를 3조2000억원가량 매수했다. 정기예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갖춘 채권이라는 점에 개인들의 선호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개인의 채권 순매수 동향을 살펴보면 국고채 30년물 5종목(20-2, 24-2, 23-7, 23-2, 21-2), 20년물 2종목(20-7, 19-6), 5년물(19-5), 3년물(21-4) 등 대부분이 국고채였다. 주로 만기 20~30년 이상의 장기물 비중이 높았다. 특히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발행된 쿠폰금리가 낮은 채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채권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최병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신규 상장하는 ETF는 주식형보다 채권형에 집중되고 있다"며 "올해 상장한 채권형 ETF 중 규모가 가장 큰 히어로즈 머니마켓액티브는 순자산총액(AUM)이 3800억원으로, 이는 주식형 ETF 대비 확연히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기타 분류로 돼 있는 양도성 예금증서(CD), 한국 무위험 지표 금리(KOFR)와 연계된 단기채권 ETF들까지 고려하면 채권 ETF의 비중은 상당히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개인 채권 투자 열풍의 배경에는 경쟁력 있는 수익률, 개선된 접근성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금리 전반이 상승해 채권 투자의 매력도가 높아진데다 고령화에 따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수요 증가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이전과 달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디지털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개인의 채권 투자가 용이해진 점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고채 금리는 좁은 범위 내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채권시장이 상당한 강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통화정책의 방향성은 금리 인하가 유력하지만 정확한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이 박스권 내 횡보하는 모습이다. 이에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초에도 1분기와 유사한 분위기로 채권금리 횡보가 이어질 수 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부동산 금융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일부 있지만 정책적인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련 노이즈로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매수로 대응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 46조2000억원 발행된 국고채는 2분기 약 48조7000억원의 발행량이 예상돼 공급 증가를 소화해야 한다"면서도 "여전히 확신에 가까운 금리 인하 전환 기대가 투자를 통해 이자를 지불하는 역캐리 장세를 유지시킬 전망"이라고 짚었다. 이어 "국고채 3년물의 경우 금리가 3.40% 근접 또는 상회 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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