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땅 '은퇴자 마을' 만든다…학생 사라진 대학이 살아남는 법
전국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비어 가는 캠퍼스를 노년층 관련 시설과 사업 공간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는 땅에 텃밭ㆍ치료센터를 조성하고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11일 부산 동명대와 광주 조선대에 따르면 두 대학은 학내 ‘은퇴자 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달 업무협약을 했다. 은퇴자 마을은 미국에서 스탠퍼드 등 100여개 대학이 운영하는 대학기반은퇴자공동체(UBRC)를 모델로 삼는다. 학내 거주 공간에 일정한 비용을 치른 은퇴자를 입주시키고, 대학이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치료ㆍ돌봄 기능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두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 대응 차원에서 은퇴자 마을 조성에 뜻을 모았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학령인구(6~21세)는 2014년 1119만5000명에서 올해 917만1000명까지 감소했다. 2034년에는 706만5000명까지 준다 김종률 동명대 석좌교수는 “사업이 안착하면 은퇴자 마을 교육과 돌봄에 필요한 일자리가 창출된다. 대학이 관련 학과를 개설해 은퇴자 마을에 인력을 공급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명대는 학내 노인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등 실버 사업을 모색해왔고, 조선대에는 의대가 있다.
전북대와 전남대에서는 캠퍼스에 텃밭을 일굴 수 있도록 해 노년층을 비롯한 인근 주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농업생명과학대가 있는 전북대는 2015년부터 부속 농장 실습지 일부를 개방했다.
광역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 부산시는 부산가톨릭대와 손잡고 캠퍼스에 ‘디지털 시니어 헬스케어 에듀단지’를 조성한다.
부산가톨릭대 신학원·학생관을 포함하는 건물 9200여㎡를 치료센터와 건강ㆍ생활체육시설 등으로 개편한다. 치료센터는 가톨릭대 의료ㆍ보건학과와 연계해 운영하며, 대학 기숙사를 활용해 실버 교육과 여행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이다. 캠퍼스에 목욕탕과 식당, 산책로를 조성하고 하루 1만원을 내면 이들 시설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도 검토 대상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학생이 줄어드는 대학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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