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5%는 여당 뽑았는데…참패 자초한 '소선거구제 고집'
‘5.4%포인트’
이번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총 득표율 차이다. 국민의 절반은 민주당에 표를 던졌고,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약 45%의 국민은 국민의힘을 뽑았다. 하지만 두 정당이 가져간 지역구 의석수는 71석이나 차이가 났다. 그간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국민의힘이 스스로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의 덫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254개 선거구의 총투표수는 2923만4129표로, 이 중 더불어민주당의 득표수는 1475만8083표(50.5%)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1317만9769표(45.1%)로,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5.4%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의석수 차이는 극명했다. 지역구에서만 민주당은 161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훌쩍 넘겼다. 반면 국민의힘 당선자는 90명에 불과했다. 두 정당 간 지역구 의석수 차이는 약 1.8배에 달했다.
특히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과 충청권에선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감이 더 컸다. 서울에서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5.9%포인트였지만, 전체 48석 중 37석을 민주당이 독식했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충청권에선 민주당이 단 4.3%포인트를 앞서 전체 28석 중 21석을 휩쓸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충청권에서 45.8%의 표를 얻고도 7석밖에 얻지 못했다.
이러한 격차가 나타나는 이유는 득표율 1위만 당선되고 나머지는 사표(死票)가 되는 현행 소선구제의 특징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단 851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 경기 용인병이다. 민주당 부승찬 당선인이 50.26%를 얻어 당선되는 과정에서, 고석 국민의힘 후보가 얻은 49.73%의 표는 의석 배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소선거구제의 역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8.4%포인트 득표율 차이가, 의석수 163석 대 84석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4년 동안 득표율 격차를 5.4% 포인트까지 좁혔으나, 의석수 불일치를 좁히는 데엔 실패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내내 소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 자체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승자독식 제도 보완·개선 논의에 줄기차게 반대해온 곳은 정작 보수정당이었다”며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과거 인식에 머무르다 보니 다른 제도를 무조건 거부하는 오판을 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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