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석 얻은 조국 "檢수사권 폐지하라"'…野 예고한 '특검 정국' 온다
" 김건희 여사를 즉각 소환해 조사하십시오. 마지막 경고입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명령입니다.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11일 22대 총선 개표 결과 본인을 포함해 12명의 비례대표 당선을 확정 짓자마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으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열며 한 말이다.
4·10 총선에서 야권(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진보당)이 189석을 확보하면서 공통 핵심 공약이었던 검찰개혁에도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적 의원 5분의 3인 180석 이상에서 가능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단독처리와 법안 상정을 막는 필리버스터(합법적 무제한 토론) 강제종료 권한 등을 야권이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야권 당선자들은 당선 직후 소감에서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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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 “檢 수사권 완전 폐지, 기소도 배심제”
우선 가시권에 들어온 건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공약집 최상단에 명시한 검찰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다.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 출신인 박균택 민주당 당선인(광주 광산갑·전 광주고검장)도 이날 1호 법안으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근거를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선에 성공한 민형배 의원(광산을) 역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겠다”며 “검찰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해 더는 초과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법 왜곡 죄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총선에서 12석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 앞장서면서 검찰개혁 드라이브에 힘이 실릴 것으로 평가가 나온다. 조국당은 검찰청을 기소청으로 전환해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역할만 맡도록 하고 직접 수사 개시권은 완전히 폐지하겠단 공약을 내세웠다. 기소권마저도 기소배심제 도입을 통해 검사의 재량이 아닌 배심원(시민)이 최종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은 중대범죄수사청·마약수사청·금융범죄수사청·경제범죄수사청 등 신설되는 각 전문 수사기관으로 분산하겠다는 내용과 각 지방 검사장을 주민 직접투표로 선출하자는 내용도 들어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검찰 수사권 축소 경과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2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 수사권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줄어들었다가 2022년 5월 검수완박법 통과로 부패·경제 2개 분야로 다시 줄어든 상태다. 이에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은 2022년 8월 검수원복 시행령(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통해 수사권을 일부 확장했지만 수사권 자체가 없어지면 이 같은 편법도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2023년 3월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법) 입법 과정은 위헌·위법하지만, 법 자체는 무효로 보기 힘들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면서 거대 야당의 법안 ‘완력 통과’에도 사실상 면죄부가 생긴 상태다.
국회 입성 법조인 60명 중 42명이 민주당·조국당
이를 추진할 법조인 출신 야당 후보들도 대거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총 60명의 법조인 중 39명이 민주당, 3명이 조국혁신당 소속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등 변호를 맡았던 박균택·양부남·김기표·이건태·김동아 변호사가 일제히 당선됐고, 이재명 대표의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을 받았던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은 조국혁신당 비례 1번으로 초선 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도 종로구에서 당선됐다.
다만 검사장 직선제의 경우 개헌 사항이어서 야권이 200석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헌법 제89조 제16호에 따르면 검찰총장 임명은 국무회의 사전 심의사항이어서 법률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도 헌법 제12조3항(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을 두고 검사가 수사 주체이자 기소 주체인지에 대해 위헌·합헌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과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넘는 108석을 지켰다.
검찰 “1% 특별수사 막으려 99% 민생 피해 우려”
검찰 내부는 “수사·기소 분리라는 입법 흐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1%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차단하기 위해 99% 일반 민생사건 수사 과정이 복잡·지연되는 게 가장 큰 부작용”이라는 분위기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2차례의 형소법·검찰청법 개정만으로도 국민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검찰에서 경찰로 보완수사 요청이 갈 경우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어 사건 처리 요령 등을 논의할 수 없고 검사에게 접수됐던 사건번호 자체가 사라지다 보니 인사발령이 나는 등 시간이 지나면 경찰도, 검찰도 누구의 사건인지 책임이 없어지는 경우가 허다해졌다”고 말했다.
2017년 경찰이 검찰에 최초 사건을 송치하는 데 걸린 시간은 1건당 평균 43.9일이었지만 2023년(9월 기준)엔 63.8일로 43.3% 느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보완수사에 걸리는 시간까지 더하면 훨씬 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검사가 조사과정에서 작성한 피의자의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재판에서 쉽게 부인되다 보니 처음부터 피의자들을 재판에서 다시 불러야 하는 등 재판지연도 심각해졌다는 설명이다. 2023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형사공판 합의 사건은 1심에만 6.8개월이 걸려 2018년(4.9개월)보다 1.9개월 더 늦어졌다.
검찰개혁에 앞서 야권에서 예고한 ‘특검 정국’도 도래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후보(전북 전주을)는 당선 직후 “김건희 부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조국 대표 역시 11일 김 여사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 임명 관련 특검법,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검법 등에 대한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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