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행패’ 치료 필요해도… 전문병원은 전국 9곳뿐

김윤 2024. 4. 1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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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후 5시쯤 40대 박모씨가 서울 금천파출소를 찾았다.

이날 낮 60대인 박씨의 아버지는 만취한 채 근처 아파트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박씨의 아버지는 40년 넘게 술을 달고 살았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박씨는 치료센터도 여러 군데 찾아가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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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5명 중 1명이 음주 고위험군
중독관리센터 예산 9년간 제자리
정부 지원 늘려야 사회적 비용 줄어


지난달 25일 오후 5시쯤 40대 박모씨가 서울 금천파출소를 찾았다. 이날 낮 60대인 박씨의 아버지는 만취한 채 근처 아파트 입구에 쓰러져 있었다. 그는 지나가던 학생들과 경비원에게 욕설을 하고 행패를 부렸고 결국 파출소로 연행됐다. 박씨의 아버지는 40년 넘게 술을 달고 살았다.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박씨는 치료센터도 여러 군데 찾아가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30대 A씨의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으로 네 차례나 병원에 입원했다. A씨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할 때마다 나머지 가족은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A씨는 2년 전 아버지를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중독 증세가 심했던 아버지는 1인 병동 입원이 필요했지만 병실이 나지 않았다. 생업이 바빴던 A씨는 결국 입원을 포기했고, 직접 아버지를 모실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고 주먹을 휘두르거나 이상행동을 하는 알코올 중독 문제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환자 가족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알코올 중독 고위험군 증가는 통계로 확인된다. 가장 최신 자료인 보건복지부의 ‘2022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1회 평균 음주량이 7잔 이상(여성 5잔)이고 주 2회 음주하는 이른바 고위험음주자 비율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21.3%, 7.0%에 달했다. 2021년과 비교해 각각 1.6% 포인트, 0.1%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알코올 중독 치료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전문병원은 경기도 4곳, 충북 2곳, 부산·경남·광주 각 1곳 등 전국 9곳에 불과하다. 알코올뿐만 아니라 마약 등 중독을 포괄 관리하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도 전국 49곳에 그친다.

관련 예산도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중독관리센터에 배정된 국비 예산은 2015 년 7052만원, 올해는 8549만원이다. 9년간 1500만원 증가하는 데 그친 셈이다. 서은선 한국중독관리센터협회 부회장은 11일 “중독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돕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어려운 예산 규모”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 알코올 중독자 관련 사고는 빈발하고 있다. 지난 1월 경기도 수원에선 “술을 그만 마시라”고 말하는 아내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알코올 중독 남편이 체포됐다. 같은 달 광주에선 술에 취한 아들이 용변 실수를 한 노모를 수차례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문병원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알코올 중독 환자 치료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은 수가가 낮아 시설도 일반병원에 비해 열악한 편”이라며 “정부가 이런 병원에 공적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알코올 중독자와 가족의 회복을 돕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기자 ky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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