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리튬이온 배터리의 왕좌, 10년은 더 간다
배터리 개발은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빠른 충전, 작은 부피, 높은 가격 경쟁력이 필수다.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다. 배터리 회사 몰리 에너지(Moli Energy)가 1980년대 후반 ‘리튬금속 이차전지’를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잦은 안전사고로 사업이 실패해 다른 회사에 인수당했다.
이후 안전한 배터리의 꿈은 두 갈래로 추진됐다. 한 갈래는 리튬금속 대신 리튬이온을 사용해 1990년대 초반 ‘리튬이온 이차전지’를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다른 개발 방향은 리튬금속을 그대로 사용하되, 액체 전해질(전류를 통하게 하는 물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전문제를 해결하려는 ‘전고체 전지’ 개발 방향이었다. 이 방향은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용화에 실패했다.
처음엔 전해질만 고체로 바꾸고, 상온에서 쓸만한 고체 전해질만 개발되면 만사형통일 거라고 예상했다. 기대와 달리, 도요타의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등이 나왔지만, 전고체 전지의 안전성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전고체 전지는 이론적으로 불이 나지 않는다’는 선무당급 도시전설이 주기적으로 등장해 혼란이 가중됐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길이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반성이 흘러나오며, 차세대 ‘리튬이온 전고체 전지’ 개발이라는 흐름이 등장했다.
여전히 리튬금속에 미련이 남아 있는 측에선 ‘계면 제어’(전극과 전해질 사이의 계면을 조절하는 기술)에 목숨을 건다. ‘리튬 없는 배터리’ 개념에 기반을 두어 계면 제어된 리튬금속 전고체 이차전지 연구와 상용화 시도가 10여 년 전 시작됐다. 역시 상용화 기미는 안 보인다. 20여 년 전, 차세대 전지 성장동력 사업 때에도 전고체 전지를 지원해주면 5년 안에 상용화시키겠다는 산·학·연이 다수였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로빈 정 회장은 지난 3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포기하진 않고) 최대한 지원할 거고, 10여 년 정도는 이미 투자했지만 다가올 10여 년 정도는 투자를 더 해야 할 것 같다”며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리튬금속 이차전지를 과감하게 시도했던 몰리 에너지의 책임 엔지니어 제프 댄은 이때의 트라우마로 리튬이온 이차전지로 완전히 전향했다. 현재는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테슬라 배터리의 소재 개발과 자문역을 겸하고 있다.
전고체 전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경계하는 게 좋다. 지난 30여년간 실패가 계속된 리튬금속 전고체 전지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실패할 듯하다. 대략 10년 동안은 리튬이온 이차전지가 군림할 것으로 예상한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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