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외 사전투표’의 힘…초접전 선거구 당락 좌우했다
이번 총선에선 관외 사전투표가 격전지 일부 지역의 당락을 좌우했다. 특히 마지막에 관외 사전투표함이 열리면서 막판 역전극이 벌어진 곳이 적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4개 선거구 가운데 당선인과 2위 격차가 3000표 미만인 곳은 18곳인데, 그중 10곳이 관외 사전투표 다득표자가 당선됐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26표(1.6%포인트)차로 승리한 서울 양천갑에선 개표 중반까지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개표 막판 관외 사전투표함(황 의원이 3155표 우세) 개표가 이뤄지면서 황 의원이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경북 경산에서는 조지연 국민의힘 당선인이 최경환 무소속 후보에 1665표(1.4%포인트)차 신승을 거뒀다. 개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지만, 관외 사전투표에서 조 당선인이 693표 더 얻은 게 승리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관외 사전투표는 지난 5~6일 사전투표 기간 유권자가 주소를 둔 구·시·군 밖에서 투표하는 경우를 말한다. 관외 사전투표함은 일반적으로 본 투표, 관내 사전투표보다 나중에 개봉되는 경우가 많아 막판 뒤집기의 요소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는 ‘샤이(shy)보수’의 존재도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울산·경남(PK)이다. 당초 총선 직전 일부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우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낙동강 벨트가 무너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종 결과, 부울경 40곳에선 국민의힘이 34곳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5석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선거 막판 ‘범야권 200석’이 제기되는 등 보수의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72억8000만원을 들인 지상파 3사 출구조사는 빗나갔다. 당초 출구조사에선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85~105석,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178~19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조국혁신당 12~14석, 개혁신당 1~4석, 새로운미래 0~2석 등 범(汎)야권이 개헌선인 200석을 확보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을 얻어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을 넘겼다.
이는 사전투표 경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투표는 공직선거법상 출구조사를 진행할 수 없어 대신 보정작업 등으로 이를 보완하는데 이 지점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이번 총선 사전투표에 60대가 가장 많이 하는 등 보수층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를 간과한 채 출구조사가 과거 사전투표 데이터로만 보정작업을 하다 보니 실제 득표와 편차가 컸다”고 지적했다.
김효성·장서윤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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