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대통령, 정국 돌파하려면 권력분산 개헌도 방법”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당선은 이번 총선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그가 가진 캐릭터가 정치권에서 드문 데다, 여당 대표를 지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화 끝에 탈당하고, 와신상담을 꿈꾸며 선거에 출마해 막판 뒤집기 끝에 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이 대표는 42.4%를 득표해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39.7%)를 2.4%포인트(3278표) 차로 제치고 당선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11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개혁신당이 선명한 야당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합리적 야당으로서의 역할, 훌륭한 조율자가 될 수 있는 정책적 능력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 대표를 포함해 비례대표 1번 이주영 전 순천향대천안병원 교수와 2번 천하람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총 3석을 얻었다.
이 대표는 또한 2016년 총선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기에 물러났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정국을 돌파하려면 야당과 타협안을 내야 한다”며 “그중 하나는 권력의 분산을 위시한 개헌 과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이를 통해 권력 구조나 임기 단축 부분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에선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다음 대선이 몇 년 남았나. (3년) 확실한가”라고 되물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을 향한 공세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MBC라디오에서 “윤석열 정부 초기에 민주당 의석이 170, 180석이었다. 의석이 부족해서 윤 대통령의 무리수들을 견제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며 “처럼회나 이런 의원들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대정부 질문 때 ‘이모 논란’ 등 여러 논란을 만들어 오히려 여권을 키워줬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 친명계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2022년 5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논문 공저자인 이씨 성을 가진 익명의 ‘이모 교수’를 친척인 이모로 착각해 “이모와 함께 논문을 썼다”며 추궁했다가 사과했다.
화려한 정치 이력에도 이 대표는 유독 총선에서는 고전했다.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 대표는 2021년 36세의 최연소 여당 대표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 3월 대선, 6월 지방선거를 연달아 승리로 이끌며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서울 노원병에서 세 번 연속(2016년 총선, 2018년 재·보궐선거, 2020년 총선) 낙선했다. 국민의힘 대표 재임 당시 ‘0선 대표’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이번 총선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경기 화성을은 개혁신당 이원욱 의원이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한 지역이다. 지역 연고도 없는 이 대표는 네 번째 도전 끝에 원내 입성에 성공했고, 정치적 덩치도 더 커졌다. 일각에선 차기 대선 주자라고도 언급한다.
특히, 개혁신당이 제3지대 정당 중 유일하게 복수 의석을 얻으며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할 토대도 마련했다. 천하람 위원장은 이 대표의 당선 소감 직후 브리핑에서 “이 대표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지역구 승리를 거뒀다”며 “개혁신당은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는 멋지고 젊은 대선주자를 보유한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와 국민의힘이 재결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표가) 당선된다면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한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개혁신당은)야권이다. 선거 과정에서도 야권으로 계속 얘기했다”고 선을 그었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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