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연패 끊겠다"…마침내 깨어난 '괴물' 약속 지켰다
'괴물'이 깨어났다. 본연의 위용을 되찾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류현진(37)이 KBO리그 복귀 후 네 번째 등판 만에 첫 승리를 거뒀다.
류현진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1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역투해 한화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의 KBO리그 승리는 2012년 9월 25일 잠실 두산전 이후 4216일 만이다. 돌아온 에이스의 역투를 앞세운 한화는 5연패를 끊고 재도약 채비를 시작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첫 승을 해서 기쁘다. 그동안 한 이닝에 집중적으로 실점이 이어지면서 매 경기 어려움을 겪었는데, 다행히 잘 끝났다"며 "나로 인해 연패가 시작됐는데, 내 손으로 꼭 끊겠다고 다짐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류현진은 2회와 4회 2사 후 볼넷을 하나씩 허용했을 뿐, 4회까지 안타 하나 맞지 않고 일사천리로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갔다. 5회 2사 후 김기연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우익수 요나단 페라자의 포구 실책으로 맞은 6회 1사 2루 마지막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야수 실책 후 연속 안타를 허용했던 지난달 23일 개막전과는 사뭇 달랐다.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이 살아난 점도 고무적이다. 이날 공 94개를 던진 류현진은 직구(32개)와 비슷한 개수의 체인지업(31개)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타자들의 헛스윙과 범타를 끌어냈다. 2회 강승호와 박준영, 4회 허경민과 강승호가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헛스윙해 삼진으로 돌아섰다. 이날 류현진의 탈삼진 수는 8개였다.
류현진은 "한국에 온 뒤 (지난 3경기 동안) 체인지업이 말썽이어서 변화를 줬다. 다시 제구를 잘 잡은 것 같아 만족한다"며 "그립은 똑같이 잡되 팔 스로잉을 빠르게 했다. 스피드도 이전 경기들보다 더 잘 나왔고, 각도 직구와 비슷하게 가서 잘 통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류현진은 직전 등판인 지난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 9개를 내주면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실점(9실점)으로 무너졌다. LG 트윈스와의 개막전(3과 3분의 2이닝 5실점 2자책점)에 이어 70구 이후 집중타를 맞은 탓에 체력과 구위에 관한 이런저런 걱정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악몽은 오래 가지 않았다. 각성한 류현진은 바로 다음 등판에서 '괴물 모드'를 재가동했다. 모두가 알고 늘 익숙했던, 그 '류현진'의 모습으로 금세 돌아왔다.
류현진은 "지난번 부진으로 좀 충격을 받았지만, 경기 다음 날부터는 시즌 초반이라 빨리 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며 "몸 상태는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70구 이후 구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자꾸 맞아 나가서 그런 걱정이 나온 것 같은데, 이번엔 안 맞았으니까 또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KBO리그 통산 99승을 기록하게 됐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이기면 100승 고지를 밟게 된다. 류현진은 "매 경기 같은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경기처럼 내가 선발투수 역할을 해내면 100승은 저절로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1회부터 (마운드를) 내려올 때까지 항상 똑같이 준비를 생각"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또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연일 관중석을 꽉 채우는 한화 팬을 향해 "경기 후 받은 팬들의 환호가 참 좋았다. 요즘 우리 한화 팬들께서 매 경기 많이 찾아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선수들도 그만큼 집중해서 또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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