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아우성인데…‘4월 위기설’의 실체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4. 1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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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줄이고 유동성 높이려 자산 매각
미분양 늘자 대형사도 구조조정 내몰려

건설업계에 ‘4월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경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가운데, 머지않아 줄도산할 것이라는 논리다. 4·10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건설사들이 문을 닫고 금융 시스템까지 흔들리면 여론이 악화되는 만큼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기를 막고 있다는 것이 4월 위기설의 근거다.

물론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4월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한다”며 못 박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4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앞세워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건설사 PF 사업장 토지를 매입하는 등 위기설 진화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4월 위기설은 현실로 다가올까, 근거 없는 해프닝으로 끝날까. 4월 위기설 논란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국내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중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미분양 주택이 늘고 법정관리에 내몰린 건설사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4월 10일 총선 이후 부실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것이라는, 이른바 ‘건설업 4월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134곳으로 전년 동기(119곳) 대비 12.6% 늘었다. 이미 시공능력 105위 새천년종합건설, 122위 선원건설 등 건설사 7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 중 5곳은 부도 처리됐다. 새천년종합건설, 선원건설 둘 다 업력이 20년 넘은 탄탄한 중견 건설사지만 불황을 피하지 못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건설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룹 지원 아래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신세계건설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를 전격 경질하고 ‘재무통’인 허병훈 경영총괄 부사장을 신세계건설 신임 대표로 내정했다.

신세계건설 대표가 갑자기 바뀐 것은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성 경질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신세계건설 영업손실은 1877억8000만원으로 전년(120억4200만원)과 비교해 무려 15배 넘게 늘었다.

건설사 ‘흑자 도산’ 우려도

실적이 부진한 것은 지방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신세계건설이 시공한 대구 달서구 ‘빌리브라디체’는 분양률이 30%대를 밑돌아 공사 미수금만 647억원에 이른다. 대구 달서구 ‘빌리브스카이’도 276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공사 미수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빌려오면서 부채비율도 치솟았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는 1조1417억6100만원으로 전년(7519억원) 대비 4000억원가량 늘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65%에서 953.6%로 급증했다.

DL이앤씨는 최근 마창민 대표를 포함해 임원 19명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DL이앤씨 미등기임원이 57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로 전체 임원의 3분의 1가량이 물러난 셈이다.

건설사들이 경영난에 내몰린 것은 지방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이 배경으로 손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4874가구로 전월 대비 1119가구 늘었다. 지난해 7월(6만3087가구) 이후 가장 많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가구를 넘어섰다.

“준공 후 미분양 증가, 수주 급감 등 전반적인 건설 영업 현금흐름이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금융권 자금 조달 시장에서도 외면받으면서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부족해 흑자 도산 가능성이 커졌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 진단이다. 특히 기업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일이 4월 15일인 만큼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우발채무 등 건설사 부실이 감사보고서를 통해 한꺼번에 드러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LH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건설사들의 PF 사업장 토지를 직접 매입한다. 악성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기업구조조정리츠 즉 CR리츠도 10년 만에 부활시켰다.

하지만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호황기에 벌인 사업으로 초래한 부실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자칫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정부 재정으로 무작정 부실 사업장을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시장 논리에 따라 부실 건설사를 퇴출하는 등 옥석 가리기 조치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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