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불공정” 메이슨 국제분쟁…"韓 438억원+이자 내라"

정진우 2024. 4. 11. 20: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손해를 입었다고 제소한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3203만 달러(약 438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11일 선고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PCA 중재판정부는 이날 메이슨이 제소한 국제투자분쟁해결절차(ISDS) 사건에서 한국 정부에 배상금·지연이자 지급을 명령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에 불리하단 걸 알면서도 한국 정부가 합병을 승인하도록 대주주 국민연금 등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메이슨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진 결과다.

메이슨이 국제중재 제소와 함께 청구한 금액은 당초 2억 달러(약 2737억원) 규모였다. 중재판정부는 이 중 약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용했다. 중재판정부는 배상금과 지연이자에 더해 메이슨 측 법률비용 1031만 달러(약 141억원)와 중재비용 63만 유로(약 9억2500만원)도 한국 정부가 내라고 명령했다.


메이슨 "박근혜 정부가 국민연금 합병 찬성에 영향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의 핵심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했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지난해 2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협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는 이재용 회장.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2018년 9월 메이슨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과 연복리 5%의 지연이자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를 신청하며 시작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조건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합병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의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메이슨은 제소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합병 조건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책정하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게 책정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가 될 것이란 점을 지적했다”며 “합리적인 삼성물산 주주라면 그런 조건의 합병은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난 내용 등을 언급하며 “박근혜 정부가 (삼성 합병을 찬성한) 국민연금 의결에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삼성 합병 과정에 부당 개입한 혐의(직권남용)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계획이 발표된 지 2개월 만인 2015년 7월 투자위원회를 열고 합병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주주총회에서도 합병안이 통과됐다. 이와 관련 '국정농단 특검팀'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결국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배임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유죄가 확정됐다.


엘리엇 제소 때도 “690억원+이자=1300억 지급” 판정


메이슨의 주장은 대상사건과 쟁점이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ISDS 제소와 동일해 두 사건은 그간 ‘쌍둥이 사건’으로 불렸다. 삼성 합병 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조건이 도출된 원인으로 정부의 압력을 지목한 것 역시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엘리엇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메이슨보다 2개월 앞선 2018년 9월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정부는 엘리엇의 ISDS 신청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이자 지급 결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배상원금이 기존 690억원에서 622억원으로 줄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결정에 따른 정부의 후속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제중재 결과도 한국 정부의 일부 패소로 같다. 엘리엇 사건의 경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총 130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중 지연이자를 제외한 배상원금은 358만 달러(판정일 기준 약 690억 원)로 엘리엇이 최초 청구한 금액인 7억7000만 달러 중 7%(판정일 기준)만 인용됐다. 이후 법무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관할 위반’ 등을 이유로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배상원금이 약 622억원으로 줄었다.

메이슨 사건의 경우 법무부는 당초 엘리엇 사례보다 한국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메이슨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저평가된 합병이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합병 이후에 추가로 주식을 사들이는 등 손해를 봤다는 주장의 일관성을 스스로 허무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메이슨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약 14%를 인정한 이날 PCA 중재판정부의 결론은 엘리엇(7% 인정) 사건보다 한국 정부의 책임을 크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뼈아픈 결과로 평가된다.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을 토대로 손해배상금 지급 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 등의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