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돕고 싶어도 누구 미워 못하겠다 해... 정권심판론 무서웠다"
[윤성효 기자]
▲ 22대 총선 경남 양산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당선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 김태호캠프 |
"중앙 차원의 이슈가 실제 빛의 속도로 지역에도 반응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권심판론'에 대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의 답이다. 그는 이번 22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겼다.
김 의원은 "주변에서는 김태호는 도와주고 싶은데 누구 미워서 못 도와 주겠다고 하면서 정권심판론과 연결하기도 하더라"라며 "아무리 옳은 방향이고 정책일지라도 '옳으니까 따라 와' 하는 식은 안 된다고 본다. 끊임없이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구하는, 지난한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번 당선으로 4선에 성공했다. 김해을에서 재선했다가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는 고향이 있는 거창·함양·산청·합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했다. 이번에 지역구를 양산을로 옮겨 선거를 치렀다. 두 전직 경남지사가 맞붙어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선거에서 김태호 의원은 51.05%(5만685표)를 얻어 48.94%(4만8600표)인 김두관 후보를 2085표차로 제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총선 다음 날인 11일 김태호 의원은 유세차량을 타고 양산지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오후에 <오마이뉴스>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김 의원이 총선 결과가 나온 뒤 개별 언론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처음이다. 다음은 김태호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
"김태호는 도와주고 싶은데 누구 미워서 못 도와주겠다고..."
- 사람들이 '선거 귀재'라고 하는데.
"뭐, 그 정도는 아니고. 선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여러 사람이 자기 일처럼 도와준 게 가장 큰 승리 요인이라 생각한다. 힘은 들지만 평소 인간적인 교감이나 공감을 쌓아 놓으면, (선거 때) 내 일처럼 하는 분들이 늘어나 도와준다고 본다. 정치인 개인이 뛰어 봤자 얼마나 뛰어나겠나. 진실한 관계가 답을 만든다고 본다."
-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낙동강 전선(벨트)의 양산을 탈환에 성공했지만, 중앙당의 요청에 지역구를 옮겼을 때 걱정이 컸을 것이다. 어떤 전략으로 돌파했나.
"처음에 양산을로 가라는 제안을 받고 말이 되는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선거 50여 일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당이 어렵고, 솔직히 저도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요구에 피해갈 길은 없었다. 하여튼 '선당후사'라는 말이 맞을 것 같은데, 생각의 중심을 사에서 공으로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을 먼저 생각했다.
양산을은 낙동강 최전선인데 사실 민주당이 길을 다 막고 있는 상황에서 어쨌든 뚫어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들여 만들어 보자는 각오로 출발했다. 더 중요한 건, 이곳에 와서 보니 지역 민심이 변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바람들에 불을 지피면 바꿀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중앙당에서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정치인을 공천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있는데.
"갑작스런 공천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지역에서 평가를 받고 쌓아온 사람을 공천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 정치에선 좀 특별한 상황들이 가끔 생긴다. 선거라는 전쟁에서 꼭 곡사포만 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이기기 위해서는 미사일을 쏴야 할 때도 있다고 본다. 누가 정치를 잘할 수 있는가를 보면, 이런 전략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다고 본다. 국정 운영에서 한 석의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절감했다."
- 전체 선거 결과를 보면 범야권 의석만 192석이다. 여당의 참패다. 여당의 주된 패인은 뭐라고 보는가.
"실제 야당에서 소위 지도자라는 분들이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상식적으로, 정의 차원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충분히 많은 변화를 가져 왔을 것이라 본다. 미래를 위해 좋은 기반을 다졌을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그런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얻은 전체 의석이 그런 기대와 너무 거리가 멀었기에 참패로 인식된다."
-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어느 정도 바람을 일으켰다고 보는가.
"중앙 차원의 이슈가 실제 빛의 속도로 지역에도 반응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바닥 민심을 다져 놓아도 중앙 정치 이슈가 생기니까 힘들었다. 주변에서는 김태호는 도와주고 싶은데 누구 미워서 못 도와 주겠다고 하면서 정권심판론과 연결하기도 하더라.
"문재인 전 대통령 선거 지원, 좋아 보이지 않았다"
▲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
ⓒ 김태호캠프 |
- 총선 참패에 대한 당 인사들의 자성이 나오는 중이다. 이 중 국정기조 전환과 당정관계 재건설 요구도 있는데 동의하는가?
"큰 틀에서 어떻게든 통합을 해야 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조금은 속도를 줄이더라도, 옳은 길이라도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국민과 소통하는 구조를 넓게 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
-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이 사의를 표명했다.
"결국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총선이라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평가를 한 것이다.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나왔으니 그동안 국정기조에 대해 당연히 어떤 책임 흔적을 남겨야 한다. 그런 뜻에서 스탠스는 잘 잡았다고 본다."
-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빠른 시일 내 만나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의 몫이다. 조금 더 고민해 볼 문제다."
-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동훈 위원장이 고생을 했다. 나름대로 절박하게 몸을 던졌다고 본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한동훈 위원장이 몸을 던져 고생을 했다는 걸 알기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러야 한다고 보는가. 새로 꾸려질 당 지도부에 도전할 생각이 있나?
"너무 앞서 나간 질문이다. 오늘 새벽에 선거 결과가 나왔고, 조금 전까지 당선 인사를 하고 왔다. 그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 이번 선거에서 막판에 보수 결집이 있었다고 보는가.
"강도로 따지면 정권심판이 훨씬 강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차원에서 보수 결집 의미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를 만나 응원·격려했는데 어떻게 생각했나.
"사실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나라의 큰 어른인데, 갈등에 대해서는 국민 통합적 메시지를 내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선 지원하는 모습이 민주당 후보들한테 어떤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국민 전체의 대통령이 아니라 특정 진영의 대통령으로 인식되도록 했다고 본다."
- 선거 결과가 나온 뒤 김두관 후보와 인사를 나눴나.
"두 사람은 정치 이전에 인간적으로 신뢰가 있다. 노선이 다르다 보니 얄궂게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것처럼 됐다. 두 사람은 열심히 해서 평가를 받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오늘 아침에 전화를 했다.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김두관 후보가 미안할 게 뭐 있느냐고 하더라. 평가를 받은 것이고, 자기 몫까지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하더라. 그것이 김두관 선배의 매력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역의 발전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실감했다. 그 변화에 김태호가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 민심을 받아 안아서 행보를 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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