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다음 먹거리는 특수선+MRO다...HD현대·한화 점 찍었다

박영우 2024. 4. 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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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찍은 특수선과 MRO(유지·보수·정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대표 방산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한화오션은 호주 방산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현지시간) GE에어로스페이스와 기술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협약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설계와 건조를 담당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는 함정 엔진을 공급한다. 두 회사는 수출 함정에 대한 MRO 사업도 협력하기로 했다. 최신 함정을 개발해 호주 왕립 해군 호위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해외 수주에도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은 같은 날 글로벌 방산기업인 L3해리스 테크놀러지와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MOU도 체결했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과 L3해리스는 현지조달, 기술이전 등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한 세 번째 3000톤급 최신예 잠수함인 '신채호함'이 4일 해군에 인도됐다. 신채호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가능한 전략 잠수함으로서, 우리 군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사들이 군함이나 잠수함 같은 특수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영국 군사정보 전문업체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가 약 1조달러(13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국내 조선사들이 집중 공략하는 잠수함과 수상함 시장은 2430억 달러(약 320조원)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특수선 MRO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통상 잠수함이나 함정은 국가별 운영 기간에 따라 최대 40년간 운영한다. 주기적으로 유지 보수 정비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구매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MRO에 지출한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77조9200억원에서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중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김영희 디자이너


한화오션이 최근 호주 방산 조선업체 오스탈(Austal) 인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오스탈은 호주와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건조해 납품하는 방산 기업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 등에도 조선소를 보유하고 있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인디펜던스급연안전투함(LCS) 중 삼동선 형태의 전함과 고속지원함을 만든다.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미군 함정 사업과 MRO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MRO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잠수함 수출실적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잠수함 창정비 사업 수출을 시작으로, 2011년 인도네시아 해군과 1400톤급 잠수함 3척 신조 계약을 체결해 2021년 3월 인도를 완료했다. 잠수함 MRO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 5월 특수선 MRO 조직을 신설했다.

한국 조선사는 세계 제일의 상선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선 수출과 MRO 사업에선 걸음마 단계로 평가 받는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커지는 세계 각국의 방산 수요와 더불어, 기존 함정의 수명 주기를 연장해 주는 MRO 사업이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윤석준 합동참모본부 정책자문위원은 “국내 조선업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이 분명하지만 방산 분야만 놓고보면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수선 시장과 MRO 시장의 경우 자체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해외 업체 인수 등을 통한 기술력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영우 기자 novemb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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