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전쟁 2라운드는 ‘프레너미’ 합종연횡...‘인텔·네이버 동맹’ 발표
160조원 시장을 잡기 위한 2라운드가 시작됐다. 키워드는 친구이자 동시에 경쟁자인 관계를 뜻하는 ‘프레너미(frenemy)’다.
구글·인텔·네이버 등이 잇따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AI) 맞춤형 반도체와 관련 생태계를 나란히 공개하며 엔비디아가 독주 중인 시장에 도전한다. 지난해 534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은 2027년 1194억 달러(약 16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인텔·네이버 동맹
11일 인텔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AI 가속기 칩 ‘가우디3’를 공개했다. 앞서 인텔은 지난 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개최된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공동연구 업무협약 체결 사실을 공개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네이버는 아시아에서 엄청난 AI 모델을 구축한 대단한 회사”라고 소개했고, 이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인텔과의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화답했다. 양사는 공동연구를 통해 인텔의 가우디를 토대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이를 위해 국내 대학 연구소와 함께 AI 공동연구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인텔은 연합전선을 구축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엔비디아에 대항한다는 전략이다. 백남기 인텔코리아 부사장은 “전 세계 기업들이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를 대체할)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기존 질서 붕괴
구글클라우드는 지난 9일 서버용 CPU ‘악시온’을 공개했다. 그간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을 장악했던 인텔에 맞서 구글도 독자행보를 시작한 것이다. 구글은 악시온과 함께 엔비디아가 지난달 공개한 최신 GPU인 블랙웰을 추가 주문해 자체 AI 모델 ‘제미나이’ 고도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는 엔비디아의 GPU를 대신할 수 있는 AI 전용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 신제품도 함께 공개하며 ‘엔비디아 견제’를 잊지 않았다. 전 세계 1·2위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자체 서버용 칩을 개발해 발표한 상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서비스하는 메타 역시 이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차세대 AI 반도체 MTIA(Meta Training and Inference Accelerator)를 공개했다. 칩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별도 공개하면서 엔비디아의 개발 플랫폼 쿠다(CUDA)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메타는 “칩의 역량을 확장해 자체 LLM인 ‘라마’와 같은 생성형 AI를 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최근 AI 모델 훈련 속도를 높이는 데 특화한 가속기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AI 훈련과 추론에 서로 다른 다양한 칩을 섞어 쓸 수 있게 됐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독자 개발과 협력을 저울질하며 최적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셈법을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가 네이버와 개발해 연내 양산할 예정인 추론 전용 AI 칩 ‘마하1’도 이 같은 빈틈을 노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라는 압도적인 존재에 맞서 지금은 모두가 협력 대상이자 잠재적 경쟁자인 상황”이라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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