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마저 골탕 먹이는 투헬…박주호-구자철 이어 '한국인 악연' 재현되나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마스 투헬 감독이 김민재의 뒤통수를 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투헬은 이미 10년 전에도 한국 선수 2명을 외면한 전적이 있다.
독일 슈포르트는 10일(한국시간) "토마스 투헬과 여름 신입생 사이의 문제"라는 기사를 통해 "지난해 여름 이적한 김민재는 아직 뮌헨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투헬 감독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라며 "이제 뮌헨 내부에서 김민재를 나쁜 영입으로 분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논리적인 결과다. 투헬은 자신의 경기 계획에 김민재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하이덴하임과의 경기에서 김민재는 다시 선발 출전했으나 3실점 중 2실점에 관여하며 전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투헬은 아스널전에서 김민재를 벤치에 앉혔고, 에릭 다이어와 마테이스 더리흐트를 선발로 세웠다"라고 전했다.
또한 "분데스리가 디펜딩 챔피언인 뮌헨은 지난 여름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이탈리아 챔피언 나폴리에게 무려 5000만 유로(약 733억원)를 줬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김민재는 이적 첫 시즌 이적료를 정당화 할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김민재가 이적료 대비 만족스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민재의 미래에 혼란이 발생했다. 이번 시즌 이후 김민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불분명하다. 김민재를 한 시즌 만에 되파는 것이 뮌헨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김민재가 1년 만에 뮌헨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적었다.
충격적인 보도다. 지난 한 달간 김민재가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리흐트에 밀려 주전 입지를 잃은 것은 맞지만 1년 만에 방출될 정도로 심각한 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민재 역시 지난달 축구 국가대표팀이 태국 방콕에서 치른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과의 원정 경기 직후 "훈련장에서 좋은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다시 기회를 찾아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민재의 의사와는 달리 독일 현지에서 뮌헨이 1년 만에 김민재를 방출할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투헬 감독이 김민재를 영입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쉽게 믿기 힘든 보도다.
지난해 여름 투헬은 김민재 영입이 확정된 후 김민재가 팀에 합류하자 버선발로 뛰쳐나와 격하게 맞이했다. 김민재를 껴안고 볼뽀뽀를 하면서 "만나서 반갑다. 정말 반갑다. 넌 여기서 잘할 수 있을 거다"라고 기를 불어넣었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다. 키도 크고 발도 빠르다. 그가 이곳에 와서 매우 기쁘다. 경력을 보면 특이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대하기도 했다.
김민재도 지난 여름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투헬 감독의 전화가 뮌헨으로 이끈 결정적인 요소였다고 밝혔다.
김민재는 "그 전화는 매우 결정적이고 감동했다. 투헬 감독은 나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나와 내 경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속속들이 이야기해 줬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는 나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갖고 있다. 매우 상세했다. 나에게 큰 느낌과 자신감, 안정감을 줬다"라며 투헬 감독이 어떻게 김민재를 설득했는지 직접 언급했다.
이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관계였기에 시즌 막바지에 다다른 현 시점에서는 별로 좋지 않다는 내용의 보도는 믿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실 투헬은 김민재 전에도 한국 선수들을 찬밥 취급한 적이 있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구자철과 박주호를 직접 지도했을 때 애정을 드러내다가도 한 순간에 내팽개쳤다.
투헬은 지난 2013년 마인츠를 지도할 때 박주호를, 2014년에는 구자철을 영입했다. 하지만 직접 스카우트한 뒤 영입한 선수들이었음에도 실제로 경기에 투입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박주호는 마인츠 시절 2시즌 동안 분데스리가 42경기를 뛰며 어느정도 기회를 받았지만 투헬이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을 맡은 후 데려간 후에는 2년 동안 7경기 출전에 그쳤다. 심지어 2군으로 내려보낸 적도 있었다. 박주호는 2군 경기를 6번이나 뛰어야 했다.
구자철 또한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던 시절 투헬이 직접 집까지 찾아와 대화를 나눴을 정도로 진심을 보였던 선수였다. 구자철은 투헬의 러브콜을 따라 마인츠로 향했으나 1년 반 동안 39경기 출전을 기록하며 로테이션 멤버에 그쳤다. 훗날 구자철은 "튀르키예에서 온 유누스 말리의 컨디션이 좋아 그를 쉬게할 수는 없다면서 투헬 감독이 나와 번갈아 썼다"고 당시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두 번이나 한국 선수들을 외면했던 투헬 감독이었기에 김민재를 향한 애정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결국 시즌 후반기가 되자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투헬 감독과 불화를 빚을 순 있지만 이것 역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투헬 감독은 이미 올시즌이 끝나면 뮌헨을 퇴단하기로 확정된 상태여서다. 김민재가 다이어와 더리흐트에 밀려 출전 기회를 계속 부여받지 못할 순 있지만 오는 5월 말이면 투헬이 나가고 새 사령탑이 오기 때문에 김민재 입장에선 백지 상태에서 다시 경쟁할 수 있다.
그러나 투헬 감독과의 불화설 등과 별도로, 구단이 김민재 영입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한다면 다소 심각해질 수 있다. 감독을 바꾸고 팀 전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민재 역시 이번 시즌 내내 문제로 지적됐던 수비라인 물갈이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지난 2021년 중국 베이징에서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로 이적, 유럽에 진출한 김민재는 해당 시즌 40경기를 소화하며 유럽 수준급 센터백으로 거듭났다. 이후 2022년 여름엔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인 나폴리로 이적했고 역시 부동의 주전으로 올라서 46경기(2골) 출전을 이뤘다.
빠른 스피드와 공간 압박, 뛰어난 태클,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 능력으로 올리비에 지루, 로멜루 루카쿠, 치로 임모빌레 등 세리에A 정상급 공격수들을 상대로 선전했다.
특히 103kg으로 괴물 같은 피지컬을 갖춘 루카쿠를 상대로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세리에 뿐만 아니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다르윈 누녜스, 모하메드 살라, 랑달 콜로 무아니 등을 꽁꽁 묶었다.
세리에A 우승과 함께 최우수수비수를 수상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도 이뤘다. 리버풀, 아약스 등 까다로운 팀들과 조별리그 일정을 치러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비록 8강에서 AC밀란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이러한 활약상 덕에 김민재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후보 30인 중 22위에 오르며 수비수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민재가 22위에 오르자 레키프는 "김민재는 발롱도르 순위에 오른 4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라며 "현재 바이에른 뮌헨 수비수인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이탈리아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라며 순위 배경을 설명했다. 김민재에 앞서 2002년 당시 벨기에 안더레흐트에서 뛰던 설기현과 2005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손흥민이 2019년과 2022년 2차례 발롱도르 순위에 오르면서 한국 축구 명성을 높였다.
이 때 실력 인정을 받아 지난해 여름 뮌헨으로 이적했고 지금까지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등에서 29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뮌헨이 김민재 출전한 경기에서 실점 등이 많았고, 그러면서 지난달 초부터 다이어와 더리흐트로 센터백 콤비가 바뀐 상황이다.
김민재가 주전에서 밀리자 여러 구단과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김민재는 지난해 여름 뮌헨과 2028년 여름까지 계약을 맺었다. 계약 만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나 그는 수준급 센터백이기에 벤치에 있는 그를 여러 구단이 원했다. 세리에A 인터밀란은 임대로 그를 원한다고 했고 지난 여름 뮌헨과 김민재를 두고 경쟁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연결고리도 있었다.
아직 김민재에게 기회가 남아 있다. 김민재를 주전으로 기용하지 않는 투헬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뮌헨의 감독직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 그는 성적 부진의 이유로 이번 시즌을 끝으로 뮌헨의 감독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밝혔다. 김민재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감독 아래에서 다음 시즌 자신의 자리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매체 슈포르트 빌트는 "김민재가 그가 현재 교체로 계속 출전하고 있음에도 뮌헨에서 편안함을 느끼며 다음 시즌 새 감독 아래서 자신의 모습을 증명하려고 한다. 여름 이적은 말할 주제가 아니다"라며 김민재가 뮌헨에 남아 주전 경쟁을 이어가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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