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 '교집합' 日…내년 첫 '미·일·필 해안 순찰'로 中 봉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최초의 미국·일본·필리핀 3국 정상회의를 연다.
정상회담에선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을 ‘글로벌 파트너’로 격상한 미국이 일본과 필리핀과 함께 중국의 해양 진출 교두보인 남중국해에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해 8월 먼저 3국 정상회담 형식으로 진행됐던 캠프데이비드 회담으로 확립된 한·미·일 공동 전선에 이어 일본과 필리핀이 참여하는 두 번째 전선이 구축되면,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각각 중국의 동쪽과 남쪽을 봉쇄하는 구상을 완성하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필리핀은 서로 동맹 관계가 아니지만, 두 개의 삼각 동맹은 이들 3개국 모두와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을 고리로 형성됐다. 그리고 일본은 두 개의 전선 모두에 참여한다.
두 번째 ‘전선’에도 참여한 日
회의의 첫 번째 목표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10일(현지 시간) 사전 브리핑에서 “필리핀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전술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3국의 정상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필리핀을 지지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분명한 지지와 결의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강화된 방위 협정에 따라 미국은 필리핀에 4개의 기지를 추가했고, 1억 달러의 군사 자금을 추가로 제공했다”며 “동맹을 현대화 한 일본의 참여를 기쁘게 생각하고, 이제 인도·태평양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협력하는 또 다른 동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자의적으로 U자 형태의 9개 선(구단선)을 긋고 구단선 내 90%가 자국의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중국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는 국제상설재판소(PCA)의 판결이 나왔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면서 필리핀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日, 본격 남중국해 방어 개입
NSC 당국자는 “3국 정상회의에서 최초로 내년에 시작될 미·일·필 3국의 해양 합동 순찰 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며 “필리핀과 일본 해양경비 병력들은 미국의 함정에 승선해 함께 훈련하며 업무를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남중국해를 공동 순찰해 왔다. 지난 7일엔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이 해상 합동 훈련을 실시하며 일본이 본격 합류했다. 특히 필리핀은 일본의 해상 병력이 사실상 이 지역에 주둔하는 내용의 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 해상자위대 병력이 미군함에서 훈련한다는 내용은 미국이 구상하는 미·일 국방 분야의 지휘·통제 통합 구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회담 선언문을 통해 평시 및 유사시 미군과 자위대 간 원활한 작전 및 능력 통합을 가능하게 하고 상호 운용성과 계획 수립을 강화하기 위한 지휘·통제 체계를 업그레이드한다는 내용을 공개한 상태다.
NSC 고위 당국자는 “3자 회의의 공동 성명에서도 남중국해에 대한 대한 3국의 단결과 관련한 매우 강력한 표현을 보게 될 것”이라며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합법적인 작전과 관련된 권리를 지지하는 공동의 입장을 매우 분명하게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자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0일엔 미국 상원에선 필리핀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25억 달러(약 3조400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사람은 주일 대사를 지낸 공화당의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 민주당 팀 케인 상원의원이다.
경제안보 협력…해저 케이블 등 강조
3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경제 안보와 관련한 새로운 합의도 이끌어낼 예정이다. 미라 랩 후퍼 NSC 아시아대양주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3국 정상은 안보, 경제, 해상 협력, 기술 및 사이버안보 파트너십, 공동 인프라 투자 등을 강화할 수 있는 새 이니셔티브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NSC 고위 당국자는 “(이번 회담은)바이든 대통령이 우선순위를 둬 왔던 동맹과 파트너십을 활용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며 “(미·필)양자를 넘어 일본을 포함해 첨단기술과 해양 안보에 이르는 방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글이 주도하는 남중국해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에 일본이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구상이 실현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미국과 일본, 필리핀 3국의 정부 인사로 구성된 고위급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대만과 인접한 바탄섬에 군항을 건설하고 있다. 이곳은 괌을 출발한 미군 병력이 대만해협에 이르는 최단 경로의 해상로이자, 서태평양을 연결하는 상선과 정보망 전쟁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해저 통신 케이블이 집결지이기도 하다.
中 "내정간섭…항의 전달"
한편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일은 중국의 엄중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만과 해양 등 문제에서 중국을 먹칠·공격하고,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해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을 심각하게 위배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하고, 이미 관련 당사자에 엄정한 교섭을 제출('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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