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는 때리고 다이어는 감싸고, 독일 언론의 '이중잣대'
[이준목 기자]
▲ 김민재의 경기 모습 |
ⓒ 연합뉴스 |
독일 언론의 집요한 '김민재 흔들기'가 점입가경이다. 최근의 부진에 대한 과도한 비난 몰이에 이어 이제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4월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날과의 2023-20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벤치에서 출격 대기한 김민재는 끝내 출전이 불발됐다. 그 대신 다이어와 더 리흐트가 뮌헨 센터백 조합을 이뤄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최근 바이에른에서 다이어와의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모습이다.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출전을 위하여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동안, 토트넘에서 6개월 임대로 영입한 다이어가 붙박이 주전으로 올라서는 이변이 발생했다.
김민재는 지난 6일 하이덴하임과의 2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오랜만에 선발출장했다. 아스널과의 UCL 8강 1차전을 대비하여 다어어와 더 리흐트에게 휴식을 주기 위한 로테이션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한 수 아래로 꼽힌 하이던헤암에게 2-3로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당했다. 김민재는 부진한 모습으로 연속 실점의 빌미를 내주며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시즌 내내 김민재의 기량에 의구심을 제기해온 독일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 빌트, TZ ,키커 등은 하이덴하임전 이후 일제히 김민재에게 출전 선수 중 최저 평점인 6점을 부여했다. 특히 키커는 지난 7일 아예 김민재에 대한 특집 기사까지 내면서 작심비판했다.
키커는 "김민재가 지난 시즌 세리에A 최우수수비수로 선정된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부진이 놀랍다. 이탈리아는 수비를 예술로 만든 리그"라면서 "그런데 27살 김민재의 수비력은 바이에른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적극적으로 수비할 때와 물러날 때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판단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제는 자신감 부족인지 필요한 능력이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김민재의 자질 자체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독일 언론들이 이번 시즌 내내 김민재에 아주 낮은 평점을 매기며 그의 능력에 의심을 품은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키커지는 전반기 김민재의 활약에 의문부호를 내비치며 다이어와 더리흐트 조합을 써야 한다고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언론이다.
최근에는 김민재와 투헬 감독의 불화설에 이어 조기 방출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 빌트는 "지난 여름 뮌헨으로 이적한 김민재가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 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팀 내부에서도 김민재를 실패한 영입으로 분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많은 언론이 스포르트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김민재가 바이에른에서 한 시즌만에 방출될수 있다는 전망을 쏟아내기도 했다. 스포르트는 "바이에른은 나폴리에 무려 5000만 유로를 지급하고 김민재를 영입했다, 하지만 김민재의 활약은 비싼 이적료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상황이다. 바이에른이 한 시즌 만에 김민재를 판매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헌신이나 공헌도 무시하고 '김민재 혹평'
김민재가 유럽 진출 이후 터키와 이탈리아 무대를 단숨에 평정했던 지난 2년간에 비하여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민재에게만 지나치게 가혹한 독일 언론의 편파적인 태도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입단 이후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백업 수비수가 부족한 팀 내 사정에 따라 '혹사' 논란이 나올 만큼 전반기 내내 거의 모든 경기에서 휴식없이 풀타임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비시즌 기초군사훈련 일정을 소화하느라 쉴 틈이 없었고, 소속팀 일정 중에 국가대표팀 소집을 위하여 장거리 이동을 감수해야 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했던 바이에른은 올시즌 무관 위기에 몰리며 고전하고 있다. 포칼컵에서는 이미 조기에 탈락했고, 리그에서는 레버쿠젠의 우승이 거의 확정적이라 2위 수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일한 희망은 8강까지 진출한 유럽챔피언스리그만이 남았는데 여기서도 경기력이 썩 좋지 못한 데다 쟁쟁한 우승후보들이 건재하며 정상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는 김민재만의 부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약화된 스쿼드와 구단의 부실한 선수영입, 투헬 감독의 전술운용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겹쳐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하지만 독일 언론들은 분데스리가에 처음 입성한 김민재의 헌신이나 공헌도는 무시하고, 몇몇 부진했던 장면만 부각시켜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는 포지션 경쟁자인 다이어와의 평가를 둘러싼 '이중잣대'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전 소속팀 토트넘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전력 외로 분류되었던 다이어는, 놀랍게도 세계 최정상 클럽 중 하나라는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후 주전을 차지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최근 다이어가 선발로 출전한 경기가 김민재가 나섰던 경기보다 승률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다이어 때문에 바이에른의 수비력이 좋아졌다'라고 평가하기에는 구체적인 근거가 없으며 표본도 부족하다. 다이어의 문제점은 첫째로 위험지역에서 종종 집중력을 잃는 실수를 남발한다는 것, 둘째는 부족한 활동량과 좁은 수비범위 때문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빈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잉글랜드 중상위권팀 정도인 토트넘과 달리, 분데스리가에서 대부분의 팀을 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는 바이에른에서는 상대적으로 다이어의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이어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이어가 선발로 나선 지난 아스널전에서도 바이에른은 2실점을 하며 내내 수비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다이어는 직접적인 실점 상황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부정확한 패스 미스와 빌드업으로 바이에른의 수비 불안에 한몫을 담당했다. 이는 영국 언론에서 다이어를 비롯한 바이에른 수비진에게 6점대의 최저평점을 내린 것에서도 증명된다.
하지만 독일 언론은 김민재와 달리 다이어의 부진은 이상하리만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다이어의 부적절한 위치선정이나 빈 공간을 제대로 커버하지 않아서 생기는 수비불안 문제는, 실점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김민재나 더 리흐트처럼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다가 직접적인 슈팅찬스를 막지 못 한 선수에게만 최종 책임이 전가되기 쉬운 상황이다.
아스널전이 끝나고 지난 경기에서 김민재를 비난했던 TZ나 스포트르는 다이어가 "전 토트넘 선수로서 아스널 홈 팬들의 야유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며 오히려 칭찬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할 수밖에 없는 평가다.
김민재는 독일 이적 후 가뜩이나 힘든 적응기를 치르는 상황에서 주전경쟁에 밀린 것도 모자라 독일 언론의 계속되는 악의적인 공격에 더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잔여 시즌 동안 바이에른 지휘봉을 잡게 될 투헬 감독이 김민재에게 다시 기회를 줄지도 미지수다.
투헬 감독이 올시즌 이후 떠나고 새로운 감독이 오거나 바이에른이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하기 전까지, 김민재로서는 한동안 고단한 시간을 견뎌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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