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소환' 외친 조국과 달랐다…압승 뒤 몸 낮춘 이재명, 왜

손국희, 강보현 2024. 4. 11.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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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압승 뒤 몸을 낮추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이후에도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당면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인천 계양을 당선 소감을 밝힐 때도 “저와 민주당이 민생을 책임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라는 책임을 부과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선거 운동 기간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차분해진 이 대표의 모습이 조금 어색하다”(민주당 서울 지역 당선인)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총선 다음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으로 달려가 “김건희 여사 소환”을 외치며 선명성을 과시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도 결이 다르다.

이 대표는 11일 당 지도부에 “당선자 모임보다 낙선자 위로 모임을 먼저 하자”는 제안도 했다고 한다.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기쁨을 만끽하기보다는 국민이든 낙선자든 위로하면서 민생 해법을 듣자는 게 이 대표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제12차 합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겸 선대위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이 대표의 ‘로키(Low-Key)’ 전략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명실공히 175석의 ‘이재명 당’을 이끌 게 돼 정부·여당 탓만 하기 어려운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총선 이전에도 거대 야당의 당수였지만, 실질적으로 당내 최대 주주로 인식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비명·친문의 규모가 작지 않아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공천권을 쥔 이번 총선에서 친명계가 대거 당선되면서 당도 실질적인 ‘친명당’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한 비명계 의원은 “정국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왔기에 향후 경제나 물가 문제 등이 발생하면 국민은 ‘민주당은 뭘 했나’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1인당 25만원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지역화폐 확대도 시험대에 오른다. 지원금의 경우 민주당 추산 13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데, 여당에서는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한 포퓰리즘”이라는 반발이 나온다. 아동 수당(월 20만원)을 만 18세까지 확대하고, 고등학교 졸업까지 정부가 매월 10만원을 넣어주는 ‘자립펀드’ 등 현금성 공약도 재원 마련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부응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3년 뒤 대선에 초점을 맞춘 ‘정치 타임 테이블’도 이 대표의 진중 모드를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어 압승했지만, 부동산 3법 등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거여(巨與) 폭주’라는 역풍을 맞았다. 결과는 2021년 재·보선, 2022년 대선 및 지방선거 3연패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친명계나 민주당의 독주가 부각되면 대선을 노리는 이 대표의 외연 확장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비롯한 비례대표 당선인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독재 조기종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서초역사거리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연합하거나 선명성 대결을 하기보다는 당분간 거리를 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혁신당도 나름의 역할이 있겠지만, 우리는 더 겸손하게 책임지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당 관계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향했던 화살이 3년 뒤 자신에게 올 수 있다는 점을 이 대표가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ㆍ강보현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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