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 집착한 '한동훈표 데스노트'…원희룡·윤희숙 등 죄다 낙선

이창훈 2024. 4.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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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인 '한동훈표 공천'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동 당사에서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운동권 빅매치’로 관심을 모았던 서울 마포을은 38.8% 득표율을 얻은 함운경 국민의힘 후보가 현역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에게 13.7%포인트 차이로 크게 뒤지면서 낙선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위원장의 ‘운동권 심판’ 구도에 맞춰 정 당선인에 맞서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인 함 후보를 전략공천했지만 4년 전 격차(16.9%포인트)보다 차이를 3%포인트 줄이는 데 그쳤다.

민주당 86그룹의 상징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겨냥해 전략공천된 윤희숙(서울 중-성동갑) 후보도 선거에서 패배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 공천 확정 후 임 전 실장 대신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을 공천하면서 ‘운동권 심판’ 구도를 피했다. 윤 후보는 52.6% 득표율을 기록한 전현희 당선인에게 5.2%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이재명 저격수’ 공천도 전원 고배를 마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도전장을 낸 인천 계양을의 원희룡 후보는 이 대표에게 8.7%포인트 뒤진 45.5% 득표율에 그쳤다. 한 위원장은 8일 원 후보와 함께 이 대표의 ‘소고기 논란’ 식당까지 방문하며 심판을 외쳤지만 원 후보는 관내 6개 동에서 모두 이 대표에 뒤졌다. 이 대표의 조폭 연루 의혹을 제기했던 장영하(경기 성남수정) 후보도 김태년 민주당 의원에 16.8%포인트 뒤졌다.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 간판으로 출마한 ‘귀순용사’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 일부 민주당 표심을 뺏어오면 당선될 수 있다는 전략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집토끼도 산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영옥 기자

민주당에서 5선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의원은 12.8%포인트 차이로, 5선 중진으로 비명계로 활동했던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은 22.6%포인트 차이로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김영주·이상민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만나 입당을 제안하며 영입에 공을 들였던 대표적인 탈민주당 인사다. 민주당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을 지낸 조광한(경기 남양주병)·김윤식(경기 시흥을) 후보도 각각 전략공천 받았지만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떨어졌다. 이밖에 탈민주당·탈운동권 중심의 ‘체인저 벨트’ 소속 후보도 전원 낙선했다.

당내에서는 고차원 방정식인 공천을 ‘컨셉트’에 집착하다가 인물 경쟁력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구도는 민주당이 ‘비명횡사’ 공천 파동을 거치는 가운데 86 운동권 출신 다수가 공천에서 탈락해 힘을 잃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 내 역학 관계부터 상대와 우리의 선거 전략, 구도 등 복합적인 계산이 필요한 공천을 마치 전략게임처럼 단순하게 생각했다”고 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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