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못 버티고 증원 조정할 것"…與참패에 의대·수험생도 동요

최민지 2024. 4.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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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수업이 재개된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빔 프로젝터만 켜진 채로 비어 있다. 지난 4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12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수업을 시작한 상당수 의대는 대면과 비대면 강의를 병행 중이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2000명 증원도 동력을 잃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의대 증원을 준비 중인 대학들은 이번 총선 결과로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학 총장들 “의대 갈등 장기화” 우려


신재민 기자
교육부에 따르면, 8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중 16개교가 수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돌아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일에도 의대생들의 이탈은 계속됐다. 교육부가 9∼10일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개교, 24명이 유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휴학 신청 건수는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55.3% 수준인 1만 401건(10일 기준)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들은 총선 이후 의대 정원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면서 증원 준비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충청권 대학 총장은 “의사·전공의 단체들이 정부를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화 단절 국면이 더 길어질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정부가 버티지 못하고 의사 증원 규모나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일부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대로 의사들과 본격적인 강대강 대치를 시작할 수도 있다”며 “우리도 교육부 뜻대로 곧 강의를 시작하는데,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며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도 동요하고 있다. 총선 직후 입시·학부모 커뮤니티에서는 “의대 증원은 어떻게 되는 거냐”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수험생 학부모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우리 아이는 1학년이라 (반수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목표를 치의예과로 돌릴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반면 서울대 익명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반수 오픈채팅방에서는 “오히려 증원이 엎어지면 의사의 희소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더욱 반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9일 오전 수업이 재개된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에서 가운을 입은 한 학생이 사물함에 넣을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공식적으로는 “정원 조정이나 개강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野 협조 필요한 늘봄, 유보통합…줄줄이 빨간불

이번 총선 결과로 교육부가 추진 중인 다른 정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교육부는 최대 밤 8시까지 학교에서 학생을 돌보는 ‘늘봄학교’를 오는 2학기 모든 초등학교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늘봄전담 인력, 전담실 설치 등을 약속하며 안정적인 기반 마련을 위해 법안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늘봄학교를 운영 중인 경기도 화성시 아인초등학교를 방문해 일일 특별강사로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우주와 로켓 관련된 책을 읽어주고, 로켓 날리기 활동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하지만 법 제정 과정에서 협력해야 할 야당, 교원단체 등은 교육부의 속도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의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사노조 출신인 백승아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당선인 등은 지난달 교육부의 늘봄학교 졸속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보육(어린이집)과 유아교육(유치원) 체계를 합치는 유보통합 역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안에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육 예산과 인력을 대거 교육청으로 이관해 유보통합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진보 성향의 지자체장·교육감 등 야권의 협조가 필요해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들은 교육 수요자인 학부모, 학생을 위한 혜택 차원인 만큼 야당들도 쉽게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입법을 부탁할만한 여당 교육위 의원들이 대부분 낙선하다 보니 발의 단계부터 협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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