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재산 논란도 안 통했다…21대보다 더한 민주 '경인 압승'
경기 화성을이 지역구인 동탄동에 사는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4·10 총선 개표 방송 때문이었다. 지상파 3사(KBS·MBC·SBS) 출구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43.7%의 득표율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40.5%)를 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는 달랐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득표율이 이 후보 쪽으로 기울었다. 최종 개표 결과 5만1856표(42.41%)를 얻은 이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다.
강씨는 “이 후보가 손글씨로 공보물을 만들고 일일이 동네를 발로 뛰며 선거운동을 해 2주 전부터 ‘이준석이 당선될 것 같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방송사 출구조사에선 진다고 나왔다”며 “결과가 너무 궁금해서 개표 방송을 챙겨보다가 새벽 3시쯤 잠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22대 총선은 비례위성정당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75석을 얻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161석을 승리한 지역구 선거의 경우 경기도 60석 중 53석, 서울 48석 중 37석, 인천 14석 중 12곳 등 수도권에어 104석을 확보해 승기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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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 총선, 막말·재산 문제도 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히 전국 최대 의석이 걸린 경기도에서 4년 전 21대 총선 결과(59석 중 51석)보다 2석을 더 늘리며 압승했다. 인구수가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인 수원·고양·용인·화성시에선 화성정의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을 제외한 나머지 16명이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막말이나 불법 대출 등 과거 선거 승패를 좌우했던 의혹 제기도 이번 선거에선 통하지 않았다. ‘이대생 미군 성 상납’ 등 막말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던 김준혁 민주당 수원정 당선인은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에 막판 대역전승을 거뒀고, 불법 대출·재산 축소 신고 등으로 곤욕을 치른 양문석 안산갑 당선인은 개표 초반부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이번 총선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며 “거부권 행사 등 비상식과 불공정은 대통령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만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협치와 국민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경기도 압승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이 주장했던 김포시 서울 편입 등 ‘메가 서울’ 추진 동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메가 서울 공약을 내세웠던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다. 또 화성지역 국민의힘 후보들이 주장한 ‘동탄시 분리’도 관련 후보들의 낙선으로 추진이 어렵게 됐다.
김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여부도 관심사다. 동두천·양주·연천갑 국민의힘 정성호 당선인과 동두천·양주·연천을국민의힘 김성원 당선인, 의정부을 민주당 이재강 당선인, 파주을 민주당 박정 당선인이 각각 비슷한 공약을 내놓긴 했지만 중앙당 공약에선 빠져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도지사 시절부터 경기 분도론을 반대해온 터여서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기도는 당선인들을 만나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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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 총선도 14석 중 12석이 민주당
인천도 14개 선거구 중 중-강화-옹진(배준형 당선인)과 동-미추홀을(윤상현 당선인) 2곳만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인천 13개 선거구 중 이들 두 선거구를 뺀 11곳을 석권한 것과 같은 결과다.
중-강화-옹진 지역은 섬과 농촌 등 도서 지역으로 분류돼 인천에서도 보수성향이 가장 강한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구도심인 동-미추홀을은 최근 재개발과 재건축이 이뤄지면서 표심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상현 당선인은 4년 전 총선에선 171표 차이로, 이번 선거에선 1025표 차이로 민주당 남영희 후보를 제쳤다. 남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함 재확인을 요구해 개표가 지연되면서 이날 오전 8시가 넘어서 최종 결과가 나왔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뒤 “민심의 목소리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 말씀 드리고 싶다”며 “정치는 겸손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도 따가운 민심의 비판 심판 받게 된 이유는 권력의 겸손함을 잃어버려서라고 생각하고 저부터 보다 겸손, 보다 낮은 자세로 미추홀 주민분들을 모시고 나라 발전을 위해 뛰겠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천시 지역 정가 관계자는 “도시 개발로 인천지역의 보수 성향이 약해지긴 했지만 민주당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수세에 몰릴지 몰랐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에도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차지함에 따라 인천시의 주요 현안 사업 추진에 민주당의 영향력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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