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25년 진보정치 소임 내려놓겠다" 눈물의 정계은퇴 선언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겠다”
심상정 녹색정의당(이하 정의당) 의원이 1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의당이 4·10 총선에서 0석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2012년 창당 이후 처음 원외 정당이 되면서다. 심 의원은 이날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며 “진보정당의 부족함과 한계에 대한 책임은 내가 떠안고 가도록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정당득표율 2.14%로 비례의석 배분의 최소기준인 3%를 넘지 못했다. 4선의 심 의원을 비롯한 지역구 도전자도 모두 낙선했다. 이날 해단식에서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은 “준엄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①반복된 분열
그간 ‘군소 진보정당’으로서 원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오던 정의당은 20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8회 지방선거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참패하며 분열을 반복했다. 당내 청년 그룹이었던 세 번째 권력 소속 류호정 전 의원, 조성주 전 정책위부의장 등이 개혁신당으로 떠났고, 박원석 전 의원 등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한 새로운미래로 옮겼다.
이에 정의당은 지난 2월 녹색당과 선거연합정당을 꾸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비례 의원의 임기를 2년씩 쪼개는 ‘의원직 2년 순환제’로 남은 당력을 모으려 했지만, ‘의원직 나눠 먹기’라는 비판에만 직면했다. 정의당 출신의 한 보좌관은 “당 안팎을 아우르는 정치력이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②DNA 전환 실패
정의당은 22대 총선의 핵심 키워드로 ‘노동’과 ‘녹색’을 내세웠다.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례 1번에 허승규 전 녹색당 부대표를 비례 2번에 배치하며, “페미니즘 이슈에만 함몰됐다”(전 당직자)는 비판을 넘어서려 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도는 ‘정권심판론’를 넘어서지 못했다. 정의당이 주도했던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등의 입법 성과도 야권 지지층은 주목하지 않았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민은 압도적 다수로 정권 심판을 실현했지만, 여의도에서 이를 담당할 세력으로 정의당을 선택하진 않았다”고 자평했다.
③민주당과의 '디커플링' 실패
지난 2019~2020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과정에서 민주당과 협력했던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지난 4년간 노력했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찬성표를 던졌고, 범야권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도 불참했다.
하지만 독자 노선은 급격한 지지율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대선 득표율(2.37%)은 2020년 총선의 정당 득표율(9.67%)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번 총선 득표율은 그보다 더 줄었다. 심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극단적 진영 대결의 틈새에서 가치를 지키려는 소신은 번번이 현실 정치에 부딪혔고 때로는 무모한 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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