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나경원·안철수·김기현…尹에 밀려났던 비윤, 모두 살았다

전민구 2024. 4. 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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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는 표심이 압도했던 4·10 총선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윤 대통령과의 충돌로 정치적 위기를 겪었던 인사들이 일제히 승리해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사는 경기 화성을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꺾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다. 이 대표는 42.41%를 얻어 39.73%를 기록한 공 후보를 2.68%포인트(3278표) 차이로 이겼다. 이준석 대표는 당선이 확정적이던 11일 오전 1시 40분쯤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신당이 의석수는 다소 적을지 모르겠지만 차원이 다른 의정 활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지점을 지적해 나가는 그런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당선인 신분으로서의 첫 기자회견부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것이다.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0대 0선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대표는 2022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연거푸 국민의힘의 승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친윤계와 충돌하며 갈등을 빚었던 그는 결국 성접대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으며 그해 8월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여권 내 대표적 반윤(反尹) 인사가 돼버린 그는 결국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개혁신당을 창당했다. 이 대표는 투표 전날인 지난 9일 마지막 유세 때 “누가 당선돼야 윤 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약주 술맛이 제일 떨어질까 물어봐 달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명성을 강조했고, 결국 자녀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공 후보에게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뒤집고 서울 동작을에서 류삼영 민주당 후보에 승리한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도 윤 대통령과 마찰이 있었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도전 의사를 내비쳤으나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조직적 압박에 출마를 포기했다. 당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나 전 의원은 임명 3개월 만에 해임됐고, 초선 의원 50여명은 나 전 의원을 비토하는 공개 연판장을 돌렸다.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이광재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안철수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강한 압박을 받았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 경험을 앞세워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라는 표현을 썼다가 친윤계와 대통령실의 공개 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당시 “도를 넘는 무례의 극치”, “극히 비상식적인 행태” 등과 같은 불쾌감을 표출했다. 안 의원은 결국 여권 주류의 견제를 넘지 못했고,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기현 의원에 밀려 전당대회 때 2위로 낙선했다.

그랬던 김기현 의원도 대통령실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 의원은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고 집권 여당 대표에 올랐으나 지난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지난해 12월 대표직에서 밀려났다.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로 대표에 선출된 지 9개월 만이었다. 당시 여권 핵심부는 김 의원이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총선에 불출마하기를 원했지만, 김 의원 본인은 갈등을 빚은 끝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지역구인 울산 남을 출마를 사수했다. 김 의원은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별도 기자회견 없이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는데, 당시 여권에선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시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박성진 민주당 후보를 꺾고 승리해 5선 고지에 올랐다.

이처럼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던 인사들의 생환에 대해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충돌이 이들에게는 결국 득이된 셈”이라며 “국민의힘 전체적으로는 정권 심판론을 넘지 못해 패배했지만, 이들은 심판 프레임을 빗겨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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