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수 6안타' 구자욱, 리그 최고 교타자의 위용
[양형석 기자]
▲ 동점 만들어내는 구자욱 3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6회말 2사 2루에서 구자욱이 동점타를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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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롯데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8안타를 터트리며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7로 승리했다. 6회까지 롯데에게 3-7로 뒤져 있던 삼성은 7회 1점, 8회 3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고 연장 10회 대거 3점을 추가하며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하고 4위 그룹과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였다(6승 1무 8패).
삼성은 선발 코너 시볼드가 3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지만 6번째 투수 김재윤이 2이닝 퍼펙트 투구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7번째 투수 오승환이 1이닝 무실점으로 3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타선에서는 연장 10회 희생플라이를 기록한 김재혁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삼성이 자랑하는 간판타자의 '원맨쇼'가 단연 돋보였다. 6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하루 동안 6안타 4타점 3득점을 폭발한 구자욱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의 간판타자로 성장한 대구의 '로컬보이'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로컬보이' 구자욱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구자욱은 대구고 시절 청소년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주목 받는 유망주였지만 189cm 75kg의 마른 체구 때문에 성장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삼성팬들의 좌타유망주 기준은 양준혁(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이승엽(두산 베어스 감독), 최형우(KIA 타이거즈)에 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주포지션이 3루수였던 구자욱은 루키 시즌 박석민(요미우리 자이언츠 3군 육성코치)에 밀려 한 번도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2013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01를 기록한 구자욱은 몸무게를 10kg 증량한 2014년 타율 .357로 남부리그 타격왕에 등극했다. 구자욱은 U-21 야구월드컵에 출전해 도루왕을 차지했고 삼성은 구자욱이라는 만 22세의 '군필 유망주'를 거느리게 됐다.
구자욱은 1군 데뷔 시즌이었던 2015년 타율 .349 11홈런 57타점 97득점으로 신인왕에 선정되며 삼성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간판 선수로 떠올랐다. 구자욱은 2016년에도 '2년 차 징크스' 없이 타율 .343 14홈런 77타점 105득점을 기록했고 중심타자로 변신한 2017년에는 타율 .310 21홈런 107타점 108득점으로 첫 100타점 시즌을 만들었다. 문제는 구자욱이 성장하는 동안 박석민, 최형우의 이적과 이승엽의 은퇴 등 삼성에 악재가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삼성은 구자욱이 신인왕을 수상했던 2015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이후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창단 후 최악의 암흑기를 경험했다. 데뷔 후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구자욱도 KBO리그에 투고타저의 바람이 불었던 2019년 타율 .267 15홈런 71타점 66득점으로 프로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매 시즌 너무 당연하게 3할 타율을 기록하던 구자욱에게는 대단히 낯선 성적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1년 만에 부진을 털어버리고 2020년 타율 .307 15홈런 78타점 70득점 19도루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1년에는 타율 .306 22홈런 88타점 107득점 27도루로 데뷔 첫 개인타이틀(득점왕)을 차지하며 삼성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해 탈락했지만 쟁쟁한 선배들을 따라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간판선수로서 팀을 가을야구로 견인했던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하루 만에 타율 .081 상승시킨 구자욱
2022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는 구자욱은 한창 물이 오른 기량과 1993년생의 젊은 나이가 더해지면서 역대 최고의 계약을 받을 수 있는 선수로 평가 받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공 들여 키운 선수를 허무하게 내줄 수도 있는 상황. 결국 삼성은 2022년 2월 5년 총액 120억 원의 조건에 구자욱과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구단 최고의 선수를 FA시장에 구경조차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구자욱은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첫 시즌이었던 2022년 어깨와 허리 부상으로 99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293 5홈런 38타점 69득점으로 부진에 빠졌다. 구자욱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았기에 실망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먹튀'로 전락하는 듯했던 구자욱은 2023년 타율 .336 11홈런 71타점 65득점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며 2021년 이후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23년 시즌 중반부터 팀의 주장자리를 맡은 구자욱은 올해도 삼성의 간판타자이자 주장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kt위즈와의 개막 2연전에서 7타수 3안타 3타점으로 좋은 출발을 알렸던 구자욱은 이후 6경기에서 23타수 3안타(타율 .130)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그렇게 아쉬운 3월을 보낸 구자욱은 4월 들어 다시금 삼성의 간판타자다운 활약을 선보이며 최하위로 떨어졌던 삼성을 상승세로 이끌고 있다.
4월 들어 5경기에서 18타수 7안타(타율 .389) 3타점 2득점으로 타격감을 회복한 구자욱은 1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그야말로 '야구만화' 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3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한 구자욱은 6회 추격의 투런 홈런을 포함해 6타수 6안타 4타점 3득점을 몰아치는 '신들린 타격감'을 과시하며 삼성의 10-7 역전승에 크게 기여했다. 구자욱은 단 하루 만에 시즌 타율을 .271에서 .352로 크게 끌어 올렸다.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 외야수였던 구자욱은 2017년부터 장타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하지만 구자욱은 시즌 최다홈런이 22개(2021년)일 정도로 '거포'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2023년부터 다시 장타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구자욱이 자신의 장기인 '컨택'에 집중한다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없는 현재의 KBO리그에서 구자욱만큼 정확한 타격을 자랑하는 외야수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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