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역구 161석, 국힘 90석…민심은 여당에 매서웠다
민심이 윤석열 정부를 매섭게 심판했다.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54석 가운데 161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을 달성하는 등 범야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반면에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역구 90석을 얻는데 그치며 비례대표 의석을 합치더라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에 필요한 의석수(120석)를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으로선 2016년과 2020년에 이은 총선 3연속 승리다. 하지만 민심은 ‘개헌안 의결 정족수’(200석)까진 범야권에 허락하지 않았다.
승패를 가른 건 수도권과 충청권 민심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48개 선거구 중 37곳을 차지했다. 60개 지역구가 몰려 있는 경기도에서 53곳, 인천 14개 지역구 중 12곳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122개 지역구 가운데 19곳(서울 11·인천 2· 경기 6)에서만 이겼다. 121개 지역구에서 16석을 얻으며 기록적 패배를 기록했던 지난 총선 때와 비슷했다. 동작을(나경원)ㆍ도봉갑(김재섭)ㆍ마포갑(조정훈) 등에서 당선인을 배출하며 서울에서만 당선지역이 3곳(8→11) 늘었다. 경기 남부권에선 안철수·김은혜 당선인이 나선 성남분당갑·을을 제외하곤 다 졌다. 이천(송석준), 여주-양평(김선교) 등 북부권의 기존 강세 지역에서만 체면치레를 했다. 수도권의 나머지 한 곳은 경기 화성을에서 공영운 민주당 후보를 꺾고 ‘3전 4기’ 끝에 국회에 입성하게 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몫이었다.
국민의힘은 충청권에서도 민주당에 압도당했다. 대전ㆍ세종 9개 지역구에서 전패했다. 충북ㆍ충남 19개 지역구에서만 6석을 얻어 지난 총선(8석)보다 더 고전했다. 당내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도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박수현 민주당 후보에 졌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경제 회복에 집중하지는 않고, 야당과의 협치를 철저히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한 데 대해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것”이라고 말했다.
영호남은 다시 둘로 갈라졌다. 국민의힘은 대구ㆍ경북 25석, 민주당은 호남 28석을 싹쓸이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올해로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후반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다. 거대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서는 입법도, 예산도 처리할 수 없는 여소야대 국회가 이어지게 됐다. 게다가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위치한 정당과 의원 등이 늘어나면서 여야의 파열음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은 2021년 재ㆍ보궐,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기세를 총선 승리로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특히 대통령 임기를 3년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치른 중간 평가의 선거인 탓에 더 뼈아프다는 평가다. 2004년 이후 집권 여당이 총선에서 패배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치른 총선을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122석 대 123석으로 단 한 석 패했지만, 이후 보수정당은 탄핵을 거치며 2017년 대선-2018년 지방선거-2020년 총선까지 4연패를 당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물가는 높고 살기는 팍팍한데 야당을 심판하자는 목소리만 내는 집권여당에 대한 반감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호감도를 능가했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재명 대표가 잘해서 승리를 거뒀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전면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대로 가면 정국이 더 경색되고, 극단적 대립 정치가 심화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야당과 만나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저에 대한 지역 유권자 여러분의 선택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며 “국정이 퇴행을 멈추고 다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출구조사를 지켜본 뒤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오현석·김기정·성지원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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