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日과 불멸의 파트너십"…기시다 "美와 세계 과제 해결"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을 ‘보호(protection)’하는 동맹의 시대를 끝내고, 전 세계에서 양국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힘을 ‘투사(projection)’하는 새로운 미ㆍ일 동맹의 시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은 국방ㆍ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군의 지휘 및 통제 구조를 현대화하고, 군의 상호 운용성과 계획을 강화해 원활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시다 총리와의 합의를 “미ㆍ일 양국 간 불멸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던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된 것”이라며 “미ㆍ일 동맹이 수립된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라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외교, 경제, 국방 등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이 됐다”며 전분야에 걸친 일본과의 협력이 이번 회담에서 합의됐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가 두드러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미국, 호주가 항공ㆍ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미ㆍ영ㆍ일의 군사 훈련을 실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은 호주 및 영국과의 오커스(AUKUS, 미ㆍ영ㆍ호 안보동맹) 중 AI(인공지능) 등 첨단 역량에 줌점을 둔 ‘필러2’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본의 오커스 참여 검토를 공식화했다.
그간 미국은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AI 분야에선 영국 등 핵심 동맹국들과 제한적으로 협력해왔다. 일본이 AI 기술 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은 일본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두 정상은 또 주일미군사령부 현대화, 무기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체 ‘방산정책조정회의’ 출범과 미사일방어체계(MD) 강화 등 군사 분야의 구체적 협력안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일본은 미국의 ‘전면적인 글로벌 파트너’로 중대한 전환을 하게 될 것”이라며 “미ㆍ일 관계는 더 높고 다른 수준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일본은 일본 주변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인도ㆍ태평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미국의 ‘글로벌 파트너’로서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중국의 대만 침공 등과 같은 상황에서 향후 일본 자위대가 미군과 함께 참전할 길을 연 것으로, 일본이 2차 대전 후인 1947년 승전국 미국의 지침에 따라 제정된 평화헌법 체제에서 벗어나 미국의 용인하에 전쟁에 참여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사실상 전환한다는 의미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 미ㆍ일 동맹은 전 세계의 등대가 됐다”며 “양국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국가안보 전략에 따라 대응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국방예산을 증액해 방위력을 강화하는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며 “미ㆍ일 ‘2+2(외교ㆍ국방장관급)’ 회담을 통해 구체적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공식 환영식에서도 “일본은 친구인 미국과 손을 맞잡고 10년 후 100년 후 세계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도ㆍ태평양과 세계의 과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미ㆍ일 동맹이라는 ‘벚꽃 유대’는 이 땅과 인도ㆍ태평양,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더 두텁고 강해질 것”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해 한ㆍ미ㆍ일이 협력해 대응하겠다면서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시도를 지속할 방침을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70여개에 달하는 항목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사안은 ‘미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기시다 총리는 11일엔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오후엔 백악관에서 사상 첫 미국ㆍ일본ㆍ필리핀 3국 정상회의도 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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