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美 3월 'CPI 쇼크'에 급락…국채 10년물 금리 4.5% 돌파

뉴욕=권해영 2024. 4. 1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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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근원 CPI 3.8% 올라 예상 상회
FOMC 회의록…인플레 추세 놓고 이견 노출
국채 금리 급등…달러도 뛰어
금리 인하 시점 9월 급부상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0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일제히 급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당국자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이 더욱 위축됐다. Fed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이 당초 오는 6월보다 밀린 7월 또는 9월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미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10년물 금리는 이미 4.5% 선을 돌파했고, 2년물 금리는 5% 선을 위협하고 있다. 달러 가치도 급등세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16포인트(1.09%) 하락한 3만8461.51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9.27포인트(0.95%) 밀린 5160.6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6.28포인트(0.84%) 떨어진 1만6170.36에 거래를 마쳤다.

3월 CPI 상승률이 석 달 연속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5% 올라 전문가 예상치(0.3%·3.4%)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Fed가 가장 눈여겨보는 지표인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8% 상승해 역시 시장 전망치(0.3%·3.7%)를 상회했다. 근원 CPI는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주거비, 휘발유 가격 상승이 CPI 월간 상승분에서 절반 이상 기여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휘발유 가격은 1.7% 올랐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에 우려를 표명한 3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투심이 더욱 위축됐다. 3월 FOMC 회의록은 "참가자들이 전반적으로 고물가 지속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며 "최근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 둔화되고 있다는 그들의 자신감을 더해주지 못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일부 Fed 당국자들은 지정학적 혼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Fed 당국자들은 시장 예상을 웃돈 지난 1~2월 인플레이션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했을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일부 당국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회의록은 "일부 참가자들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이 상대적으로 광범위했기 때문에 단순히 통계 이상으로 평가절하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썼다.

Fed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향후 추세에 대한 이견이 노출되면서 물가 상승세에 대한 경계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오는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라지고 하반기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을 17%가량 반영 중이다. 하루 전 57%대, 한 달 전 72%대에서 하락했다. 7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은 41%대로 하루 전 84%대에서 급락했다.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 가능성은 66%대로 집계됐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예상보다 높은 수치의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면서 이른 시일 내 Fed의 금리 인하를 지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채권 운용사 핌코의 티파니 와일딩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고용 보고서에 이은 인플레이션 지표는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제 첫 인하 시기는 올해 중반 이후로 미뤄질 뿐 아니라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국채 금리는 급등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2bp(1bp=0.01%포인트) 오른 4.97%,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8bp 오른 4.55%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가치도 강세를 나타냈다. 6개국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1.1% 오른 105.22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은행주, 산업주, 기술주 등이 내렸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0.85% 하락했다. 산업용 하드웨어 장치와 시스템을 생산하는 하니웰 주가는 1.39%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주가는 각각 0.71%, 1.11% 밀렸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98달러(1.2%) 오른 배럴당 86.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1.06달러(1.2%) 상승한 90.48달러에 마감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 최고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의 아들 중 3명이 사망한 여파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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