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변호사 키케로의 삶과 죽음
재능만 따진다면 고대 로마사에서 가장 출중한 인물은 키케로(BC 106~BC 43)였다. 수재로 만권 서적을 읽었다. 수재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한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가 그를 지켜봤다. 키케로는 역사학자가 되어 『로마사』를 집대성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수사학에 빠진 그는 자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 그리스에 유학한 뒤 변호사가 됐다. 로마 시민들의 이름과 규모가 큰 토지의 시세와 물주를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그는 변호사가 되든, 정치가가 되든 부동산 큰 손이 되는 것이 제일이라 확신했다.
송사는 되도록 위험하고 큰 사건을 맡았다. 피고를 변론하다가 원고가 변호비를 더 주면 거침없이 갈아탔다. 많은 돈을 벌자 집정관에 거뜬히 당선돼 ‘로마의 국부(Pater Patriae)’라는 칭호를 들었다. 위증과 매수에 거리낌이 없었다. 선거에서는 정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돈다발을 흔들며 더럽게 대드는 쪽이 이긴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키케로가 정적을 공격하는 연설에는 독이 묻어 있었다. 정적을 공격하는 연설문의 몇 가지 매뉴얼을 만들어 이름만 바꿔 넣었다. 변호사인 그가 살린 사람보다 그의 독설에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 “감형해 주면 고맙게 여기기보다 원한만 더 깊어진다.” 주변에서 어제와 오늘의 말이 왜 다르냐고 물으면 “내 화술은 로마 시민을 설득할 능력이 있다”고 장담했다. 그의 아내 테렌티아가 더 설쳤다.
그러나 키케로는 카이사르를 암살한 브루투스를 변론한 것이 실수였다. 그가 살려준 노예의 밀고로 은신처가 드러나 안토니우스가 보낸 백인대장의 도끼에 목과 손이 함께 잘렸다. ‘부동산업자는 원수진 사람의 손에 죽지 않고 자신의 손에 죽는다’(크라수스). 정권에 붙은 그의 아내는 밀고한 노예에게 “자기 살을 베어먹는 것으로 연명하라”는 형벌을 내렸다. 2000여 년 전 남의 나라 이야기인데 낯설지 않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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