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플 올해 흑자? 이것만 풀리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오랜 기간 적자 늪에 빠졌던 LG디스플레이가 반전의 기회를 노린다.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올해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영업이익 1317억원, 기대치 웃돌아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1조3308억원, 영업손실 2조5102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2조원 넘는 손실을 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4분기에 흑자전환했다는 점은 눈에 띈다. 4분기 영업이익 1317억원을 기록해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규모도 시장 기대치(1206억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프로, 프로맥스 모델에 OLED 패널을 공급한다. TV, IT용 패널 등 중대형 제품군 수요가 늘어나며 출하량이 증가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제 재계 시선은 올해 연간 흑자전환을 달성할 수 있을까에 쏠린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인 데다 3분기에 기대됐던 북미 전략 고객사로의 모바일 OLED 패널 공급이 이연된 효과가 포함돼 있다.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4분기 흑자전환을 이익 창출력 정상화 시그널로 보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LG디스플레이 재무제표는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 158.5%에서 2022년 말 215.3%까지 뛰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307.7%로 어느새 300%를 넘어섰다. 유상증자 효과를 반영하면 부채비율이 264.6%까지 하락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재무구조 개선, OLED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LG전자가 5000억원을 출자했다. LG그룹 우량 계열사까지 ‘LG디스플레이 구하기’에 나선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채무 상환에 3936억원, 시설자금 4159억원, 운영자금으로 4829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절체절명 위기에서 LG디스플레이 구원 투수를 맡은 정철동 사장이 어떤 역할을 해줄지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정호영 사장이 물러나고 LG이노텍을 이끌던 정철동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했다. 정철동 사장은 ‘관리형 CEO’였던 전임 정호영 사장과 달리 ‘기술통’으로 불린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으로 생산 기술 분야에서 업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2019년 LG이노텍 사장을 맡은 이후 2022년 역대급 실적을 거두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앞서 2004년부터 2016년까지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담당(상무), 최고생산책임자(CPO)를 역임하며 경험을 쌓기도 했다.
정 사장은 일단 ‘계륵’으로 불리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정리하고 OLED 사업 고도화에 힘쓸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7조원을 투입한 중국 광저우 LCD 생산기지를 매각해 자금 추가 확보에 나서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8.5세대 광저우 LCD 공장을 인수합병(M&A) 매물로 내놨고 BOE, 차이나스타(CSOT) 등 현지 디스플레이 기업들과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중국 현지 언론에서는 광저우 공장 매각 계약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 등 LCD 자산의 전략적 활용에 대한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가 LCD 공장 가동 중단, 매각을 논의 중인데 향후 OLED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올해 OLED 매출 비중은 6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용 OLED 공략 주력할 듯
LG디스플레이가 특히 기대를 거는 시장은 차량용 OLED다. 최근 각종 운행 정보, 콘텐츠를 보여주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중요해지면서 LCD보다 화질이 좋으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OLED 탑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업계 최초로 차량용 OLED를 양산하면서 차량용 OLED 시장을 선도해왔다. 보쉬를 포함한 글로벌 톱티어 전장부품 업체와 완성차 업체에 디지털 클러스터(계기판), 센터페시아(중앙 조작부) 등에 쓰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레인지로버, 재규어, 포르쉐, GM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10곳에 차량용 OLED를 공급하는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유기발광소자의 효율을 개선하고 휘도(화면 밝기)와 수명을 높인 ‘2세대 탠덤 O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가 2019년 업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탠덤 OLED는 유기발광층을 2개층으로 쌓는 방식으로, 기존 1개층 방식 대비 내구성이 뛰어나다.
탠덤 OLED를 탄성 있는 플라스틱 기판에 결합한 것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P-OLED(플라스틱 OLED)’다. 차량용 P-OLED는 LCD 대비 소비전력을 60% 줄이고, 무게는 80% 낮춘 것이 특징이다. 얇고 가벼운 데다 구부릴 수 있어 디지털 차별화가 가능하다. LG디스플레이는 2026년 글로벌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점유율 60%, 매출액 기준 점유율 50%를 초과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OLED TV 시장 공략에도 힘쓸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 55인치 풀HD급 OLED TV 패널 양산에 성공한 이래 OLED TV 시장을 공략해왔다. 최근에는 신기술 ‘메타 테크놀로지 2.0’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 내 OLED 주도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메타 테크놀로지 2.0’은 현존 OLED TV 패널 중 가장 밝은 최대 휘도 3000니트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애플 아이패드 등 태블릿PC를 비롯한 IT 기기용 OLED 시장이 커지는 만큼 신규 투자도 절실하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태블릿PC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올해 1210만장에서 2027년 2730만장으로 125.6%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OLED 신규 투자를 선언하며 본격적인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사업장에 월 1만5000장 규모 공장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에 비해 LG디스플레이는 아직까지 8세대 디스플레이 관련 구체적인 투자 규모조차 정하지 못했다.
이뿐 아니다. 정 사장은 애플과의 파트너십 강화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수율 문제로 아이폰15 프로, 프로맥스 패널 공급이 지연돼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애플 최대 협력사 중 한 곳인데 관계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비록 4분기 흑자전환하기는 했지만 3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아이폰15 패널 수주 경쟁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예상보다 많은 물량을 빼앗긴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정 사장은 LG그룹 내 대표적인 ‘애플통’으로 불리는 만큼 분위기 반전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가 경영을 맡아온 LG이노텍은 애플이 신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듀얼 카메라, 트리플 카메라 등을 독점 생산하면서 애플 핵심 부품 공급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철동 사장 주도 아래 LG디스플레이가 애플과의 신뢰 관계를 회복할 경우 연간 흑자전환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재계 안팎 분위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4호 (2024.04.10~2024.04.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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