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광주신세계~더현대 잇는 지하철? “교통난 대비” vs “혈세 낭비”
광주시가 민선 8기 숙원인 복합쇼핑몰 건립을 앞두고 가칭 ‘상무광천권 도시철도’를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최대 상권 형성에 따른 혼잡을 막는 합리적 대책이라는 시각과 졸속 방안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광주시는 “상무역~시청~기아차~광천동 버스터미널(광주신세계)~임동 옛 전방·일신방직(더현대 광주)~기아챔스언스 필드~광주역’ 7㎞ 구간을 잇는 신규 도시철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도시철도 2호선과 별도로 상무역과 연결된다.
2곳의 복합쇼핑몰뿐 아니라 시민들이 일과 함께 삶을 즐기는 ‘직주락(職住樂)’ 기능을 15분 거리에 집약하는 보행자 중심 콤팩트 도시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의 1.5배 면적인 ‘더현대 광주’ 입점과 2~3배 규모 확장공사가 예정된 ‘광주신세계’ 등 초대형 유통시설이 문을 열 때를 대비한 고육지책이다.
시는 광천터미널(유스퀘어)과 옛 전방·일신방직 2곳에 복합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면 이 일대 교통난이 2배 이상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평소에도 출퇴근 시간이면 차량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마당에 교통혼잡을 넘어선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다.
이뿐 아니다. 광천동은 현재 전체 면적 70%에서 5000가구가 넘는 광주 최대 아파트 재개발 사업이 10년 넘게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시는 1, 2호선 환승역인 상무역에서 서구와 북구를 잇는 지선 성격의 상무광천권 도시철도를 추가 건설해 폭발적으로 증가할 교통수요를 지하에서 운행하는 도시철도로 분담한다는 구상을 다듬고 있다.
7㎞ 구간 도시철도 건설에 필요한 예상 사업비 6000억~7000억원 중 60%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국비로 확보하고 40%는 전방·일신방직 부지개발 공공기여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해 ‘더현대 광주’가 매입한 옛 전방·일신방직 부지 소유법인과 협상 과정에서 거액의 공공기여금을 받기로 했다.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토지 가치 상승분을 최대치인 1조835억원으로 산정하고 54.45%인 5899억원을 공공기여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백남인 시 도로과장은 “현재 하루 15 만대가 오가는 광천동 일대 교통량이 복합쇼핑몰 개점 이후에는 30만대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시철도를 포함한 최적의 교통난 해소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혜 대상인 광천동·임동 주민과 상인들은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허덕이는 시가 천문학적 혈세 지출을 감수한 채 광주에서 가장 넓은 도로를 장기간 공사판으로 만들 작정이라고 볼멘소리다. 의욕만 앞선 ‘성과주의’로 극심한 교통체증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게 불보듯 하다고 달가워 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천동 주민 오대균(50)씨는 “상주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즉흥적 발상으로 여겨진다”며 “광천동 일대 교통대책을 두고 1~2년 사이에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하는 배경도 궁금하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실제 시는 2022년 광천동~임동 일대 도로에 레일을 깔고 그 위를 주행하는 ‘수소 트램’을 건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농성역~광천터미널~전방·일신방직터~기아 챔피언스필드’ 2.6㎞ 구간에 국비 지원 없이 시비 720억원을 들여 2026년까지 ‘수소 트램’을 자체적으로 설치하겠다고 홍보했으나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는 여론에 이를 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통 전문가들은 도심을 서행하는 트램이 관광도시인 프랑스 파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에는 어울리지만 상업·유통시설과 아파트 숲이 전부인 광주 도심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천문학적 건설비용과 장기간 도심 혼잡을 불러올 상무광천권 도시철도 역시 현실적 제약이 많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편익 대비 투입예산을 꼼꼼히 따지고 수년간 발생할 교통혼잡 비용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며 “2023년 완공한다던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 1단계는 고사하고 2~3단계 공사가 하염없이 늦어지는 판국에 신규 도시철도 건설을 또 하겠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방 최초 순환선인 도시철도 2호선은 2019년 9월 착공 이후 1단계 17㎞ 구간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50% 공정을 겨우 넘었다. 2단계 20㎞ 구간은 딩초 계획을 훨씬 넘긴 지난해 12월 중순에야 착공했다. 그러나 2단계 8개 공구 가운데 2곳은 사업자 선정도 하지 못하는 등 벌써 차질을 빚고 있다. 마지막 3단계 4.8㎞는 정부와 사업비 조정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사업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
도시철도건설본부 간부를 지낸 한 공무원은 “2호선이 2029~2030년 뒤늦게라도 완공되면 교통분담률은 조금 높아지겠지만 공익적 교통수단인 도시철도 자체가 적자를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신규 노선은 아마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도 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종전 특별회계로 먼저 지급하고 정산하던 정부 도시철도 건설예산 지원방식이 얼마 전 ‘선 지방비 확보’ 조건으로 바뀐 점도 신규 도시철도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게 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시 재정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는 올 들어 4급 이상 간부 연가보상비를 3분의 1 정도로 줄이고 지방채를 최고 한도액(2800억원)까지 발행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긴축재정에 돌입한 상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향후 몇년간 초대형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광천동·임동 일대 교통대책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며 “도시철도뿐 아니라 트램, 순환버스, 중앙차로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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