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벚꽃이 떨어지니 복사꽃이 다가왔다

이호영 2024. 4. 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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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나! 복숭아꽃이 피었네. 붉은 색이 곱게도 피었구나."

얼마 전까지만도 매화꽃과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는데 벌써 매화는 꽃이 지고 초록빛의 잎사귀만 남았다.

벚꽃도 떠날 채비를 하고 바람에 꽃잎을 날린다.

매화, 벚꽃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복사꽃이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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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기자]

▲ 아파트 뒷산에 핀 복사꽃 뒷산 산책 길에 복사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 이호영
 
"어머나! 복숭아꽃이 피었네. 붉은 색이 곱게도 피었구나."

22대 국회의원선거일 10일 오후, 필자가 사는 아파트 뒷동산에 올랐다. 아파트 입주민뿐만 아니라 주변 주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오르는 야트막한 야산이다. 한 30분 동안 왔다 갔다 하면 등에 땀이 날 정도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도 매화꽃과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는데 벌써 매화는 꽃이 지고 초록빛의 잎사귀만 남았다. 벚꽃도 떠날 채비를 하고 바람에 꽃잎을 날린다.

매화, 벚꽃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복사꽃이 달랜다. 붉디붉은 꽃잎 속에 암술, 수술을 내밀고 꿀벌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차디찬 겨울 바람을 이기고 이제야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모양이다.

4월도 초순을 지나면서 뒷동산의 수목들도 옷을 갈아입는다. 겨울 동안 검었던 줄기 사이에 초록빛이 감도는 새싹이 나고 산길에는 작은 꽃들도 얼굴을 내밀고 자신도 살아있다고 알린다.

"이건 동의나물이야!" "이건 싸리나무꽃이야!"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노란 꽃을 보고 '동의나물'이라고 아는 척했다. 근데 인터넷 꽃 검색에서 '물양지꽃'이라고 한다. '싸리나무꽃'이라고 말했는데, 찾아보니 '조팝나무꽃'일 확률이 88%란다. 이름을 제대로 아는 꽃이 없다. 애기똥풀꽃도 노란색이다. 정말로 노랗게 싸놓은 '애기똥'같다. 꽃 이름을 알고 꽃말을 안다는 건 지식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산책 길에 핀 물양지꽃. 노란 꽃이 작고 앙증맞다.
ⓒ 이호영
'물양지꽃'의 꽃말은 '사랑스러움'이다. '조팝나무꽃'은 '노련하다'이고 '애기똥풀'은 '몰래 주는 사랑'이란다. '복사꽃'은 '사랑의 노예'이다.
  
 야트막한 산기슭에 핀 애기똥풀꽃
ⓒ 이호영
 
산책길 발밑에 '할미꽃'도 보인다. 어릴 때 보고 한동안 잊고 있었으나 고개를 푹 숙인 할미꽃은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았다. '할미꽃'의 꽃말은 '충성, 슬픈 추억'이다.
  
  할미꽃. 풀 사이에 고개를 숙이고 있어 쉽게 발견하기 어렵다.
ⓒ 이호영
 
멀리 나가지 않아도 주변에서 꽃을 많이 볼 수 있다. 도로변에 나무와 화초도 많지만 아파트 주변 야산이나 하천가에도 많은 꽃이 피었다. '이쁘다', '화려하다' 정도로 감탄만 할 뿐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국회의원 선거로 공휴일인 오늘 뒷동산에는 산책하는 이웃들이 많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나눈다. 사람에게 이름이 있듯이 꽃과 나무에도 이름이 있다. 누군가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관심과 친근함의 표현이지 않을까? 꽃과 나무의 이름을 알면 더 친해지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실려 유행했던 말이지만 다시 그 말의 깊이가 새삼 느껴진다. 꽃과 나무도 아는 만큼 보이고 이해할 수 있다. 잠시 행복한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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