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맹, 전영역 '글로벌 파트너' 진화…"새 표준에 日은 상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양국 동맹의 성격을 동아시아와 일본 열도에 국한된 ‘지역 안보 동맹’의 개념에서 전세계 모든 사안을 함께 관리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의 개념으로 격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시험대에 오르는 모든 곳에 일본이 미국의 곁에 있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회담으로 과거 동맹을 마감하고, 동맹의 다음 시대를 정의했다”며 “이것은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새로운 표준이고, 일본은 상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일 양국군 상호 연계 위한 통합”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세부항목을 포함해 70여개에 달하는 합의 사항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미·일 양국 군이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통합을 강화하는 것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양국 군의 조율과 통합을 강화하고, 최적의 태세를 갖춘 다른 파트너들과 연계될 수 있도록 국방 및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고 합의했다. 이를 위해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지휘통제권 변경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당국자는 정상회담에 앞선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 구조가 사상 처음으로 바뀔 것”이라며 “(미·일의) 새로운 합동작전사령부를 최대한 활용해 양국 군을 통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 장관이 새로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현대화된 접근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인태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는 주일미군의 작전권 등 지휘체계에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을 시사했다.
日, 사실상 ‘보통국가’ 전환 선언
미·일 정상은 양국 국방력의 연계 강화를 위해 2차 대전 이후 지속돼온 일본의 ‘전쟁 불가’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는 내용에도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NSC 당국자는 “일본의 무기 수출 금지 조항도 해제하기로 했다”며 “미국, 호주, 일본과의 통합 미사일방어체계(integrated missile defense system)와 관련한 방위산업 생산 능력도 필요할 부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미국의 첨단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은 미국·영국·호주 3자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 ‘필러2 프로젝트’에 일본이 합류하기 위한 협의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로 했다. 일본이 해저·양자기술·인공지능(AI)·사이버·극초음속·전자전 무기 등을 공동 개발하는 필러2에 참여하면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미·영·호 3국 동맹 오커스가 일본이 참여하는 ‘조커스(JAUKUS·Japan+AUKUS)’로 변모할 수도 있다.
양 정상은 “달 탐사와 관련한 완전한 파트너가 된다”는 내용의 합의도 이끌어낼 계획이다. 양국의 국방 협력 수준이 우주를 기반으로 한 미래전까지 대비하고 있음을 뜻한다. NSC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앞으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일본과 가장 중요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를 강조하는 보안 측면의 주요 조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日 역할, 인도태평양·유럽 등 전세계 확대
양국은 새로운 미·일 동맹의 영향력을 전세계로 확대하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NSC 당국자는 “과거 동맹 체제에서 일본은 지역 동맹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변모하게 됐다”며 “이전엔 일본 섬에서 일어나는 일을 걱정했지만, 앞으로 유럽과 인도·태평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간 안보 협력체)를 비롯해 어떤 형태의 개념 개발이나 군사 훈련 실시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 편이 일본’이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외교와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표준이고, 미국이 글로벌 무대에서 목적 의식을 갖고 하는 모든 일에는 일본이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기시다 총리의 방미를 통해 양 정상이 미·일 동맹의 높은 야망을 부각할 것”이라며 “양국의 협력 강화는 경제관계와 경제 안보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로 예정된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와 관련해선 “세 정상은 에너지 안보, 경제 및 해상 협력, 기술과 사이버 안보 파트너십, 핵심 인프라에서의 공동 투자 등을 강화하는 새로운 이니셔티브(구상)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된 사안은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 회사로 매각되는 것에 반대하는 US스틸 노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바이든 대통령을 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정상회담 일정이 끝난 시점인)12일 오후 US스틸이 일본제철의 인수안을 다루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며 이번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극진한 대접…만찬 컨셉트는 ‘활기찬 봄 정원’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정상회담에 앞선 9일에도 기시다 총리 부부를 백악관 문 앞까지 나와 극진히 맞았다. 저녁식사는 해산물을 즐기는 일본의 식문화를 고려해 워싱턴 북서부의 한 해산물 식당에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계 미국인이 수제작한 탁자를 비롯해 가수 빌리 조엘이 사인한 석판화와 LP판 세트, 미국을 상징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담은 레코드판 등을 선물했다.
질 바이든 여사는 10일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국빈 환영 만찬의 컨셉트를 “활기찬 봄 정원”이라고 소개했다. “나비의 우아한 비행은 양국이 변화의 바람 속에서 길을 찾는 과정에 평화와 번영의 파트너로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다. 만찬장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과 비단잉어, 부채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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