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美 피벗에 글로벌 금리도 ‘각자도생’…한은 스텝 꼬인다

김남준 2024. 4.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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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 지면서, 글로벌 긴축 정책 ‘피벗(Pivot·전환)’ 일정도 꼬이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미국의 통화 정책과 별도로 기준금리를 먼저 내리거나 올리는 ‘각자도생’을 선택한다. Fed의 피벗 시점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물가 둔화 유로존, 6월 인하 가능성


10일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4% 올랐다. 시장 예상치(2.6%)는 물론 최근 4개월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예상 밖으로 떨어진 CPI 상승률은 유로존의 6월 첫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 앞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물가 상승률 지표가 우리 예측과 충분히 일치하면, 통화 정책 사이클의 단계를 전환해 덜 제약적인 통화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이는 물가 재상승 우려에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진 미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미국은 최근 제조업 경기가 17개월 만에 확장세로 돌아서고, 높은 고용 및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나오면서, 6월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밀리는 분위기다. 10일 오후 5시 기준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과거 60%가 넘어섰던 6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50.8%까지 떨어졌다.

스위스 먼저 인하, 역성장 영국도 6월 고심


미국이 6월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는다면, 유로존이 먼저 금리를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경기가 확장세인 미국과 달리 유로존에서는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로이터]

영국도 유로존과 마찬가지로 6월 기준금리 인하에 먼저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영란은행(BOE)은 최근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지만, 전 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0.3%)이 지난 3분기(-0.1%)에 이어 또 역성장하면서 6월에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과거 BOE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 9명 중 2명이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8명이 동결 1명이 인하 의견으로 돌아섰다.

스위스는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먼저 낮췄다. 호주도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선언하면서 역시 향후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흥국 중에서는 멕시코가 3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고, 파라과이도 8차례 연속 인하를 최근 결정했다. 일본은 지난달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오히려 올리는 정책을 결정했다.


한은도 선제 인하할까, 환율·물가는 부담


글로벌 통화 정책의 각자도생 경향이 짙어지면서, 한국은행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 기다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 달리 오랜 고금리와 고물가로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바라는 배경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고금리 국면을 더 이어갈 경우 금융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도 “미국과 우리 금리정책이 기계적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과거 경험을 보게 되면 각국이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는 쪽으로 간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경우 달러 대비 원화 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 9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전일보다 1.7원 떨어진 1354.9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춰 한·미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원화 값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완전히 잡히지 않은 물가 상승률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원유 가격이 최근 배럴 당 90달러를 다시 돌파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부담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만약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린다면, 일시적으로 환율 등에 충격이 올 순 있다”면서 “하지만 미국도 시점이 밀릴 수 있다는 거지 올해 금리 인하는 사실상 확실하기 때문에, 길게 보면 한국이 한두 달 먼저 금리를 낮춘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될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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