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럭 내놨지만…‘보급형 전기차’ 대세인데 생산 늦어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4. 4. 1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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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뚝떨’ 테슬라…다시 ‘정들 일’ 없나 [스페셜리포트]

테슬라 부진 이유

[3] 사이버트럭 내놨지만…

최근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전기차 주력 모델인 머스탱 마하-E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자 테슬라 주가가 장중 4% 넘게 하락했다. 포드가 가격을 내리면 테슬라 모델Y보다 가격이 낮아진다. 포드의 가격 인하 조치는 지난해 시작된 전기차업계 가격 경쟁에 한층 더 불을 지피는 신호탄이다. 테슬라가 이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시장은 판단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보급형 모델이 대세로 떠오르지만 테슬라는 아직 마땅한 신차를 내놓지 못한다. 텍사스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보급형 ‘모델2’의 양산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그간 테슬라의 발표 내용보다 출시 시기가 늦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출시마저 장담하기 어렵다. 일례로 최근에 나온 사이버트럭은 출시 발표 이후 약 5년이 늦어졌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와우(Wow)’라고 감탄할 만한 제품이 없다는 점은 테슬라의 고민”이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사이버트럭을 내놨지만, 전기차 주력 시장이 아닌 데다 생산이 늦어져 테슬라가 판도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WJS는 “테슬라 전기차가 등장했을 때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갖는 ‘얼리 어답터’가 환호했고 이런 분위기는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확산했다”면서도 “이제는 테슬라가 고객 구미를 끌 만한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첨단 기술 제품이 대중화하기 직전, 일시적으로 수요가 떨어지는 ‘캐즘’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 스스로도 지금 ‘두 개의 성장 파도’ 사이에 놓였다고 진단한다. 모델3·Y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제1의 파고와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제2의 파고 사이에서 아직 마땅한 호재를 내놓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이버트럭 인기마저 시들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매 시장에 ‘2024년형 테슬라 사이버트럭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등장했다. 최고급 사양으로 딱 1000대만 생산될 ‘한정판’이다. 희소성을 감안해 70만달러(약 9억4000만원)까지 경매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점쳐졌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20만달러(약 2억7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15만8000달러(약 2억1200만원)에 낙찰됐다. 사이버트럭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사이버트럭은 출고 두 달 만에 빗길 운전에 녹이 슬었다는 부식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생산 속도도 빠르지 않아 사이버트럭 사전 예약 건수를 모두 생산·출고하려면 5~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 사이버트럭의 바람몰이도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잦은 구설이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를 깎는다는 평이 나온다. (AP)
[4] 머스크 CEO 자체가 리스크

잇딴 설화…성과 우선주의 부작용도

“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커졌다. 테슬라 주가가 앞으로 30% 더 급락할 수 있다.” 미국 투자 매체 배런스가 머스크를 겨냥해 한 말이다. 머스크는 그간 설화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3월 자신의 X 계정에서 마약에 대해 언급해 주가를 끌어내리기도 했다.

모델2 가격 인상을 발표한 직후 주가가 다소간 상승세를 탔으나 일론 머스크의 설화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그는 앞서 CNN 진행자 돈 레몬과의 인터뷰에서 우울증에 의학적으로 처방되는 케타민을 복용했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머스크의 잦은 구설과 함께 높은 임금을 언급했다. 미국 델라웨어법원은 지난 1월 560억달러(약 74조원)에 달하는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를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캐서린 매코믹 판사는 판결문에서 “머스크의 급여 패키지가 테슬라 이사회에 의해 부적절하게 책정됐다”며 “소송 당사자 합의가 있을 때까지 머스크의 임금 패키지를 무효화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은 테슬라가 상장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규정을 위반했다며 이에 대해 조사할 것을 증권감독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촉구했다. 그는 서한에서 “이사회는 머스크가 테슬라와 X에서 이중 역할을 맡으면서 발생하는 이해 상충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머스크가 올 초 테슬라에서 약 25%의 의결권을 갖지 않으면 AI 사업을 독립해 추진하겠다고 이사회를 협박한 이후, 이사회는 주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공장에서 일했던 6000명의 흑인 직원으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할 위기에도 처했다. 2017년 테슬라 전 직원인 마커스 본이 테슬라가 자신에 대한 인종 차별 행위를 인지했으면서도 방관했다며 소송을 진행했다. 캘리포니아주 고등법원이 해당 소송을 다른 직원에게도 적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집단 소송 자격이 있는 사람은 5977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모두 배상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 테슬라에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비슷한 인종 차별 관련 재판에서 피해 직원에게 320만달러(약 42억7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받은 바 있다.

성과만 따지는 머스크의 경영 방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머스크가 설립한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동물 실험에서 다수의 문제를 발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연구 기기에 대한 보정 기록이 누락됐다. FDA는 실험에 사용한 표준 장비와 보정 기록 등에 대해 꼼꼼히 기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품질 담당자 서명이 누락된 보고서도 다수 있었다.

테크업계에서는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머스크식 경영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머스크가 성과를 빠르게 내기 위해 복잡한 절차는 무시하거나 뛰어넘으며 일을 진행한다는 비판이었다. 뉴럴링크는 동물 실험 과정에서 실험 원숭이에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하고, 죽게까지 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된 바 있다. 뉴럴링크가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뇌 내 칩 이식 임상시험에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3호 (2024.04.03~2024.04.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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