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뚝떨’ 테슬라…다시 ‘정들 일’ 없나 [스페셜리포트]
테슬라가 최근 미국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고객에게 자율주행 장치인 FSD를 한 달 동안 무료 체험토록 한 것. FSD는 1만2000달러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운전자 지원 기능인 ‘오토파일럿’의 확장판이다.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에 따라 차량을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 내비게이션 경로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진출·출구로를 안내하는 기능 등을 추가로 갖췄다. 이 정책을 내놓은 날, 주가는 장중 6%대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내놓은 파격적인 정책이 오히려 테슬라의 위기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해석한다. 판매 부진이 심해지자 고육지책으로 이런저런 카드를 꺼낸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분위기는 딱 1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2023년 1월,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당시 머스크는 “올해 1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주문량이 밀려들고 있다”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에는 “올해 성장세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낮을 수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주가 낙제생’ ‘암흑기의 시작’ ‘물타기조차 불안한 바닥 없는 주식’이라는 등 월가 평가는 ‘최악’에 가깝다.
올해 성장세 눈에 띄게 낮을 듯
테슬라는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3% 늘어난 매출 251억7000만달러(약 33조6300억원)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 평균치인 256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영업이익은 20억6400만달러로 4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8.2%로 반 토막 났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테슬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50%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보이는 ‘어닝 미스’에 직면했다”며 “올해부터 실적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가는 테슬라가 올해 인도량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은 점을 주시한다. 실적 전망치조차 내지 못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 테슬라가 지난해 4분기 고객에게 인도한 전기차는 48만45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다. 그러나 올 1분기 인도량이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도이체방크는 1분기 인도량을 42만7000대로 낮춰 잡았다. UBS는 46만대였던 전망치를 43만대로, 번스타인은 49만대에서 42만6000대로 줄였다. 토니 사코나기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수요·판매 둔화, 미국에서 모델3의 제한적인 생산 등을 고려할 때 성장세는 미미하다”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달리지만 테슬라는 ‘나 홀로’ 고전하는 중이다. 올 초 248달러에 달하던 주가가 170달러대로 30%가량 하락했다. 한때 ‘천슬라’라는 별명과 함께 시가총액 1조 클럽에 발을 디뎠지만 최근 5000억달러대로 무너졌다. 시총 순위는 미국 기업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12위권에 맴돈다.
웰스파고는 지난 3월 초 테슬라를 두고 ‘성장 없는 성장주’라고 혹평하며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매도)로 하향했다. 목표주가를 125달러까지 낮췄다. 3월 들어서만 모건스탠리(목표가 345달러→320달러), 도이체방크(250달러→218달러), UBS(225달러→165달러), 골드만삭스(220달러→190달러) 등이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번스타인은 테슬라 공정가치가 93달러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대표적 테슬라 강세론자인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마저 “테슬라 시총이 일본 토요타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테슬라 주가가 현 수준보다 30% 낮은 주당 1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월가에서 테슬라에 대해 투자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총 51명으로 이 중 17명(33%)만 매수(비중 확대와 시장수익률 상회 등 포함)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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