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네 후보도 아닌데 전화"…총선 공해, 대선보다 2배 심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충남 천안시갑에 출마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로부터 “문 후보를 뽑아달라”는 전화를 지난 2일 받았다. A씨가 “천안에 안 산다”고 하자 문 후보 캠프는 “그럼 거기 1번 뽑아주세요”라고 답했다. 업무 전화로 알고 받았던 A씨는 “내 전화번호를 당장 지워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유모(27)씨는 지난달 27일부터 22대 총선 선거날인 10일까지 경기 고양갑에 출마한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 캠프로부터 총 6차례 문자를 받았다. 경기 고양시에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유씨는 “내 개인정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따지려고 해당 번호로 전화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22대 총선 선거 홍보 문자와 전화는 선거 공해로 변질됐다. 빗발치는 선거 문자와 전화 때문에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면서다. 특히 총선 전날과 당일 일부 직장인은 일과 중에만 20통 넘게 전국에서 걸려온 총선 홍보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받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전화번호가 02로 시작해서 업무 전화인지 알았다. 전화를 받았더니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 목소리가 들렸다”며 “선거 운동 기간 이런 전화만 10번은 넘게 받았다”고 말했다.
공해가 된 선거 문자와 전화는 민원으로 이어졌다. 중앙일보가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3일까지 접수된 22대 총선 관련 개인정보 민원 상담은 2069건이다. 이는 지난 2022년 20대 대선 당시 접수된 개인정보 민원 상담 1196건보다 1.7배 많은 수치다.
특히 4월은 3일 동안만 민원 134건이 접수돼 총선 본 투표인 10일까지 집계한다면, 지난 대선보다 2배 가량의 민원이 접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대 대선 선거운동 마지막 8일 동안 접수된 개인정보 민원은 459건으로 전체 38.4%를 차지했다.
접수된 개인정보 민원 중 일부는 수사 선상에 올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기업조사팀이 민원 6건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 홍보 문자와 전화를 위한 전화번호 일부가 불법적으로 수집됐다. 주차한 차에 적힌 번호나 동창회‧종친회‧종교단체‧시민단체 연락망 등 통해 개인정보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된 개인정보는 불법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상 불법 수집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선거 문자와 전화를 규제할 근거가 없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선거 홍보 문자와 전화는 선거운동의 자유를 벗어난 편안한 삶을 빼앗는 공해다”며 “불법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로 선거 홍보를 하는 것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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